분류 전체보기 250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처음 진단을 받으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신경을 써 준다. 그러나 이 병은 다리 골절처럼 단기간에 끝나는 투병이 아니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병생활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본인도 지치지만 가족들도 지친다. 배우자와 아이들의 삶이 나 만큼 힘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진단받았을 때 아이들이 고1,중1이었다. 대한민국의 교육체제에서 인생의 제일 중요한 시기였다. 내가 죽을 때 죽더라도 아이들의 인생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최소한 엄마가 일찍 죽어 내 인생 꼬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 교육은 남편이 전담하기로 하고 나는 내가 돌보기로 했다. 병원에 갈 때에도 웬만하면 혼자 가고 입원했을 때도 식판을 나를 기운만 있으면 보호자를 부르지 않았다. 입원시 본인이 식사 후 식판을 복도로 나를 기운만 ..

환자들의 즐거운 쇼핑 생활

나는 발병하기 전에도 온라인쇼핑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발병 후에는 신발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물건을 온라인으로 산다. 신발은 발톱주변 염증 때문에 내가 매우 예민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꼭 오프라인으로 산다. 신어서 많이 걸어보고 산다. 신발 살 때는 두 치수정도 크고 앞부분이 뾰족하지 않고 뭉뚝한 모양, 신발 안의 발가락 부분의 공간이 높은 것으로 산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옷까지 온라인으로 산다. 이미 예쁘게 입는 것은 포기 했고 따뜻하게만 입으면 되니 치수만 맞으면 무조건 산다. 모든 식료품도 온라인으로 산다. 요즘에는 배달해주는 사이트가 많다. 주로 이마트의 쓱 배송, 쿠팡 프레시을 사용한다. 공산품이 아닌 야채나 과일은 눈으로 보고 사는 것이 좋지만 환자들에게는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다. ..

치료의 반응률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반응률이란 이 약을 사용했을 때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서 효과가 있었느냐를 의미한다. 처음 진단을 받으면 의사가 약을 정해준다. 그러나 처음부터 반응률에 대해서는 별로 설명을 자세히 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패닉에 빠진 환자에게 이 약을 써도 효과 있을 확률은 30% 밖에 안되요라고 말하기는 힘들거다. 치료하기도 전에 벌써 포기하라는 말과 비슷하다. 물론 환자가 먼저 물어보면 가르쳐 주기는 한다. 그런데 끝에 꼭 '요즘에는 반응률이 많이 올라가고 있어요.'라는 말을 붙인다. 그렇게 열심히 임상시험을 하고 출시가 된 약이지만 반응률이 100%인 것은 없다. 그래도 기존 의학계에서는 믿을 만한 데이타라도 있다. 4기 환자들이 병원에서 해결 안되는 것을 여기저기서 새 방법을 찾으려고 하고 그런 환자들의 절실..

의사와 나누는 선문답

나의 시아버지께서는 간암투병을 하시다 돌아가셨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어느 누구도 '암'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담당의조차 시아버지 앞에서 암이란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치료'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때 과연 시아버지께서 자신의 운명을 정확히 아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족끼리 아버님이 얼마나 자각하시고 계실까 말은 나누었지만 아무도 아버님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막상 내가 '암'이란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막연한 희망만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내 상태를 정확히 알고 내가 할 수 있은 일을 하고 죽더라도 뒷처리는 하고 죽고 싶었다. 그래서 진단 받고 나서 바로 진단의에게 '나 정도면 평균 얼마 쯤 수명이 남았냐'고 물었다. 보호자도 아닌 환자가 대 놓고 물어보니 의사선생님도 좀 당황을 했지..

항암제 부작용에 대처하는 꼼수

항암제라고 이름 붙은 약은 모두 부작용이 있다. 그리고 같은 약이라도 개인마다 부작용의 내용이나 정도가 너무 다르다.암발생 전 자신의 신체 중 약한 부위에 크게 부작용이 나타내는 것 같다.즉 평소 소화기가 나빴던 사람은 소화기 때문에 고생하고 피부가 예민했던 사람들은 피부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항암제를 써야 살아남고 항암제를 쓰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본인이 참을 수 있는 정도까지 이리저리 꼼수를 쓰며 버티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다. 사람마다 부작용을 버티는 정도도 다르다. * 항암제 부작용의 중요한 두가지 분류  1. 항암제를 중단해야 하는 부작용   - 화학성 간염(약이 독해 간이 망가지는 것), 급격한 근육과 체중 감소, 신장이 망가지는 것, 급격한 전신적인 상황 악화  - 대처방법:   ..

투병 생활이란 '욕심'을 하나씩 내려 놓는 과정

일상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암 진단을 받으면, 특히 4기 진단을 받으면 '나의 세계'가 말그대로 무너진다. 특히 대부분의 4기 환자는 절대로 암진단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기적적으로 나았더라도 평생을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암진단을 받으면 갑자기 그간의 나의 모든 고민이 하찮아 보이고 다른 사람들의 고민에 코웃음을 치게 된다. '그래도 너희는 앞으로 살잖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 온다. 심지어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부럽기까지 하다. 예전에는 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저 나이 되도록 폐지가 든 수레를 끌 정도로 힘이 남아있다는 것에 존경심마저 들고 부럽다. 나는 내 몸하나 끌고 다니기도 벅차고 그들의 나이가 될 때까지 살지 못한다. 그리고 항암요법을 시작하면 내가 그동안 욕심 많은..

암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자

암에 걸리면 무한한 '첨단 지식의 바다'에 빠지게 된다. 기본적인 생물학적, 생화학적, 의학적 지식이 있으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을 투자하면 스스로 많은 정보를 모으고 공부할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있기에 하나의 설명을 읽고 이해하기 힘들면 거기에 나오는 '단어'를 검색하면 또 다른 설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요즘에는 친절하게 잘 요약해 놓은 카페나 블로그도 많이 있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치료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의사결정'을 할 때 황당한 결정을 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을 때는 '회원 수가 많은 카페(회원수가 적은 카페나 블로그는 약 파는 곳이다.)'의 도움을 받아 그 분들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표적 항암제와 면역항암제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 표적항암제에 대하여 암진단이 나오면 각 병원에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유전자 검사이다. 각 암마다 다른 유전자 검사를 하는데 아직까지는 유전자 검사의 수가 많지는 않다.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변이가 나오지 않았다면 ‘나의 병이 암이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라 나의 유전자 변이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나의 유전자 변이가 ‘소수자’라는 의미이다. 항암제는 해당 암환자 중에서 제일 많이 나타나는 유전변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가 특이한 경우 약이 없다. 이런 경우 결국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심평원에서 인정한(즉 보험급여가 되는) 유전자 검사외에 NGS라는 좀 더 많은 유전자 검사를 하기도 하는데 일단 비싸고(300만원 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