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 일어나는 생각들 74

노약자에게 겨울은 사투의 시기다.

나는 이번 겨울에 목소리가 점점 더 쉬어지고 체력이 예년보다 더 떨어졌다. 매년 겨울에 느끼는 것이지만 지난 여름, 가을 동안 축적했던 에너지가 바닥이 나고 금붕어처럼 누워 숨만 쉬는 꼴이다. 지금은 빨리 기온이 올라가기 만을 기다리는 시점이 되었다.  1월에는 제주에 몇 번 다녀 와서 그럭저럭 버텼지만 2월에는 집안 사정상 가지 못했고 날씨도 많이 추웠다.예전 같으면 국립박물관을 가거나 집의 러닝머신 위에서 걸었을 텐데 올해는 그것도 제대로 못했다. 날씨도 좋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나의 의지가 많이 꺽인 것 같다.아마도 이번 2월이 지난 투병 기간 동안 역대 최하의 걸음걸이를 기록한 것 같다. (세포독성 항암 시기 제외하고)목도 쉬고 말하면 기침이 나와서 더 늘어지는 것 같기도 한다.  이 와중에 지방에..

이비인후과에 다녀 왔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오른쪽 귀에 꽂은 도관이 아직 있는 지 확인했다.만약 빠졌으면 샤워할 때 이어캡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하다.검사를 해보니 아직 있다. 몇 달 더 샤워할 때 신경을 써야 한다. 작년에는 이맘 때 빠졌는데.... 이왕 간 김에 성대마비도 조사했는데 오른쪽 성대가 닫힌 채로 마비되어 있다. 열린 채로 마비되면 목소리가 더 쉬고 음식물 삼킬 때도 더 힘들다고 하는데 닫힌채로 마비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도 2018년에 마비된 것이 그대로 유지되는 건지도 모른다. 목소리는 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주 정상은 아니다. 그러나 그럭저럭 살만하다.  그런데 이제 여름이 지나고 추워지니 증상이 다시 나빠질 까봐 두렵다.

지난 1년 인스타를 열심히 하다.

발병 후 나름대로 많이 걷기 위한 동기 부여를 많이 생각해 냈다.산에 다녀와서 블로그에 사진 올리고 포켓몬고 게임도 하고. 포켓몬고는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하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이제는 블로그 올리는 것도 귀찮아졌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인스타이다. 그 날 다녀 온 곳 중 중요한 사진 딱 10장 만 올리니 시간이 절약되어 좋다. 기억할 만한 사진만 딱 올리고 주절주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어 좋다. 잚은이들은 자랑하기 위해 인스타하지만 나는 일기 쓰기 위해 인스타를 한다. 좋아요 눌러주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인스타하는 지인들끼리 상부상조) 자꾸 사라져 가는 기억을 유지하기 위한 쉬운 방법이다. 다만 인스타를 하면서 산보다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가는 횟수가 많아져 그것은 조심해야 한다. 인스타..

여름이 끝났다. 아쉽다.

갑자기 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졌다. 9월이 되어도 기승을 벌이던 기온이 비가 오니 쭉 내려갔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제 30도 이상 올라가는 날은 없다. 남들은 이번 여름에 덥다고 난리였지만 나는 에어콘 피하느라고 고생이었다. 지난 설 이후로 성대 마비와 안면근육 감각이상이 왔었는데 여름이 되면 좋아지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안면 근육 감각 이상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없어졌다. 그러나 성대 마비로 인한 목소리 갈라짐은 조금은 좋아졌지만 완전하지는 않았다.그런데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니 다시 심해지는 것 같다. 나는 변온 동물인가? 그나마 요즘 목덜미에 핫팩 찜질을 했더니 좀 증상이 좋아지는 것 같다. 나의 목 근육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지 30년이 되었다. 예전에는 많이 아파서 병원에도 가고 찜질도 했..

잘 지내지 못한 지난 겨울

겨울은 암환자들에게 힘든 계절이다. 많은 환자들이 힘든 겨울을 버티다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봄에 사망을 하거나 내성이 오기도 한다. 지난 겨울에는 1월까지는 잘 지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이번 겨울에는 운동도 잘하지 못했고 먹는 것도 부실했다. 심한 감기에 걸려 못소리가 쉬기도 했다.  결국 설날 지나고 삼출성 중이염이 왔고 목이 더 쉬기 시작했다. 또 오른쪽 얼굴에 감각이상이 생겼다. 몸 상태도 너무 좋지 않아 조금만 걸어도 숨이 너무 찼다. 삼출성 중이염은 고막에 구멍을 뚫고 배관을 넣으면 되는 것이지만 목이 쉰다는 것은 너무나 나쁜 징조이다.2018년 내성이 왔을 때 목이 쉬었었다. 아! 당연히 내성이 왔구나 하고 생각하고 정기 진찰을 갔더니 폐는 깨끗하단다. 그래서 이비인후과에 가니 오른쪽 성대..

고막환기관 삽입술을 또 하다

2022년 11월에 코로나에 걸리고 다음해 1월에 삼출성 중이염에 걸려 고막환기관삽입술을 하였었다. 그리고 9월쯤 그것이 스스로 빠졌던 것 같다. 그런데 올해에도 설날이 지난 이후로 또 귀가 멍멍해지고 오른쪽 얼굴에 감각이상이 왔다. 또 귀에 물인 찬 것이다. 나는 오른쪽 얼굴에 감각이상이 오고 목소리가 쉬어가면 다시 확산이 온 것 같아 무섭운 생각이 든다. 이번 겨울은 그래도 작년보다는 잘 지냈는데 결국 중이염이 왔다. 코로나 때문에 귀쪽이 상태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겨울 동안 껌 좀 씹을 걸 그랬나보다. 다음 겨울에는 껌을 자주 씹어야겠다. 다시 병원에 가서 고막환기관삽입술을 받기로 했다. 현재 병원에 수련의가 없는 상태가 교수님께서 직접해 주셨다. 작년보다 덜 아팠다. 역시 고수...... 샤워때..

'The show must go on'

이 노래는 퀸의 마지막 앨범에 수록되었다. 머큐리가 투병 중에 녹음하였다.뮤직비디오는 기존의 영상들을 편집했다. 중간중간에 투병 중 살이 빠진 머큐리의 모습이 보이기는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t99KH0TR-J4   아담 램버트 버젼https://www.youtube.com/watch?v=nSkHHoYxok0&t=2s  포레스텔라 버젼https://www.youtube.com/watch?v=aEHoEXhBnI0

청룡의 해, 환갑이 되다.

나는 2012년 폐선암 4기를 진단받았고 예상 수명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그 때는 환갑이 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저 큰애가 수능 보기 전까지 집에 있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환갑이 되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나 환갑되었다고 자랑한다. 요즘 세상에 환갑인게 자랑은 아니고 90은 되어야 구순 잔치를 한다는데(팔순 잔치도 민망하단다.) 나는 환갑이 된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 사실 이렇게 버틸 줄 몰랐다. 12년을 욜로로 살았다. 얼마 전에 병원에 체크하러 갔더니 담당 샘이 환갑되었네요.하고 한마디 하셨다. 그리고 본인도 환갑이란다. 이 샘을 안지가 12년이 다 되어가고(물론 중간에 다른 병원에 갔다왔다.) 그동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1분..

둘재 딸과 제주 여행

겨울에 큰딸과 작은 딸과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달라 작년에는 큰딸과 제주에 갔었고 이번에는 작은 딸과 제주에 갔다. 큰 딸과 작은 딸의 여행 선호도가 달라 이번에는 미술관과 카페 방문을 위주로 돌아다녔다. 서귀포에 있는 오설록에 갔는데 옆에 이니스프리 매장도 함께 있어서 방문했다. 나는 지난 여름부터 얼굴에 이니스프리 그린티 씨드 히알루론산 세럼과 크림을 바르고 있었다. 투병 생활 시작 후 얼굴에 여러 화장품을 발라 보았는데 모두 별 효과가 없어서 포기하고 아프지만 않으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었다. 늘 항암제를 쓰는 나에게 일반인이 바르는 화장품이 효과 있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동안 내가 쓰다가 중지한 화장품이 많았다. 그런데 둘째딸이 이 화장품을 쓰는데 효과가 좋다고 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