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투병생활 31

요즘 광풍 '맨발 걷기'

암 4기 환자들은 본인들만의 루틴이 있다. 그래도 무엇인가 좋은 것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귀가 쫑끗해진다. 본인이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을 바탕으로 괜찮겠다 싶고 크게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 시도해 보는 것이 환자의 삶이다. 그런데 본인의 상식을 바탕으로 판단했을 때 꺼림직한 것이 있다면 실천을 좀 미루고 다른 이들의 경험을 기다리는 것도 좋다. 지금은 다 잊혀졌지만 몇 년 전에 '기생충 약 광풍'이 있었다. 일 년에 두 번 먹는 기생충 약을 매일, 그것도 과용량으로 먹거나 심지어 강아지 기생충 약까지 먹는 광풍이 일었었다. 국내에서는 품절되어 해외직구까지 하는 상태였다. 일단 사람이 먹어도 된다는 허가가 없는 약을 먹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암환자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간의 상태를 해치는 ..

겨울철 걷기(제주도)

암환자들은 원래 겨울에 힘들다. 많은 분들이 겨울 내내 고생하다 2월쯤 사망하거나 재발을 경험한다. 봄, 여름, 가을에 체력을 비축해 놓아야 겨울을 무사히 보내는데 이번 가을에 코로나 걸린 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걷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는 코로나 걸리고 난 후 심출성 중이염이 있었는데 고막에 구멍내고 관을 꽂으니 멍멍함도 사라졌다. 마침 큰 딸과 시간이 맞아 이번에는 함께 제주도에 가서 걷기로 했다. 그동안 겨울 제주도 여행은 늘 혼자 갔었다. 물론 때로는 동행이 있기도 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었다. 나같이 체력이 약한 암환자들은 혼자 여행하는 것이 편하다. 내 약한 체력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것도 싫고 또 동행을 의식해서 내 자신이 무리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세포 독성 항암제 맞기 전 준비(탁솔계, 백금계 등)

요즘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세포독성 항암제가 많이 쓰이고 있다. 4기 환자에서 그동안 쓸 수 있었던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에 모두 내성이 오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치료를 포기하거나 극심한 부작용이 올 때까지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암세포와 나와 누가 더 먼저 죽나 치킨게임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세포독성 항암제를 몇 번이나 투여할 수 있는지는 의사도 처음에는 잘 모른다. 투여하면서 환자가 잘 버티고 효과가 좋으면 계속 버틸 때까지 투여하면서 암세포를 확인 사살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 CT 상에서 보이지 않아도 좀 더 한다. 때로는 그들이 환자의 삶의 질보다 환자가 그냥 숨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따라서 4기 환자의 삶은 얼마나  ..

암 1,2,3기 환자가 주의할 점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언

* 암 1,2,3기 환자가 주의할 점 암4기 환자와는 달리 암 1,2,3기 환자는 '치료의 끝'이 있다. 수술만, 수술과 항암, 수술과 방사선과 같은 치료를 하고 일단 치료를 끝낸다. 그러면 환자들은 다 암이 완치되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암이란 병은 감염이나 사고로 생긴 병이 아니다. 감염이면 세균 감염이던지 바이러스 감염이던지 들어 온 감염 원인을 제거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 갈수 있다. 또 사고로 다친 경우도 마찬가지로 후유증이 있더라도 굳이 본인이 크게 노력해야 하는 것은 없다. 물론 재활치료라는 것이 있지만 재활치료를 평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암은 자신의 유전자, 오랜 생활 습관, 환경 요인으로 생긴 병이다. 사실 딱히 어떤 것이 주원인..

항암 치료 후 정상적인 사회 생활 복귀에 대해서

나는 폐암 진단시 이미 뇌전이 4기라는 진단을 받았고 기대수명 2년 반을 예상했기에 직장도 그만두고 아예 사회 복귀를 기대하지 않았다 . 2년 반을 3년이나 4년으로 연장하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암1,2,3기 환자들은 일단 치료의 끝이라는 것이 있다. 수술만 하는 경우 복귀가 빠르고 수술 후 항암 치료를 하는 경우도 치료의 끝이 있으니 어느 시기에 복귀하는냐는 고민을 하게 된다. 예전에 유방암1기로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신 분이 있었다. 항암치료 중 너무 힘들어 하셨는데 시간이 지나니 언제 복귀할 까 고민 중인 것 같았다. 지인들이 항암치료하고 집에만 있으면 우울해지니 빨리 복귀해서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충고를 한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 먹는 것이 예전에 먹는 ..

병원을 옮길 때 준비하면 좋은 것

가끔 진료를 받다가 병원을 옮기는 경우가 생긴다. 기존 병원에 없는 좋은 방사선 기계를 찾아 옮기거나 새로운 임상에 들어가기 위해 병원을 옮기기도 한다. 4기 환자들은 이런저런 치료를 오래 받다보면 의무록지가 거의 두꺼운 책이 된다. 병원을 옮길 때 복사해 가지고 오라고 하는데 새 병원에 가서 주면 의사나 레지던트들이 그 짦은 시간(보통 몇분이내)에 다 읽어서 전체 맥락을 알아내기 힘들다. 그래서 병원을 옮길 때는 본인이 의무기록지를 보고 중요한 사항은 정리해서 가져 가면 좋다. 즉 진단명, 유전자 변이 검사, 사용한 약물명과 용량, 기간, CT 검사 결과를 시기별로 정리해서 가져가면 의사들이 시간을 절약하고 옳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병원을 옮길 때는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챙겨가면 좋다. ..

코로나 시대의 암환자 행동 수칙

나는 투병 기간동안 두번의 간염, 두번의 폐렴, 한번의 패혈증을 앓았다. 폐렴과 패혈증은 암환자, 특히 폐암환자에게는 치명적인데 다행히 우리나라 병원의 높은 의료 수준 때문에 겨우 살아 남았다. 이 병들로 인해 입원하면서 이번에 과연 저 문으로 살아나올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암환자들은 이런 병에 걸리면 괜찮다가도 순식간에 나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암병동에 입원하면 며칠에 한번씩 큰 울음 소리가 들리곤 한다. 중환자실로 옮길 시간조차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나 같은 폐암환자는 코로나에 걸리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뉴스에 나오는 '기저 질환 있는 환자'의 최상위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1. 일단 사람 많은 곳에는 가급적 가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방한 패션

암환자가 되면 모든 의류는 실용성을 위주로 선택하게 된다. 나는 오른쪽 폐에 사이버나이프 치료를 받은 후 (2015년) 영상 7도 이하, 외부에서 걸으면 체온이 금새 내려가고 폐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와 밖에서는 걷지 못한다.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이 망가져 '변온' 동물이 된 것이다. 예전에는 겨울에는 아예 제주도에 가거나 실내에서 걸을 수 있는 곳(큰 종합병원, 박물관)에 갔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박물관과 종합병원에 갈 수 없게 되었다. 큰 실내 쇼핑센터는 사람들도 많고 온갖가지 상품 냄새들 때문에 코로나 이전에도 가지 않았었다. 그래서 결국 밖에서 걸어야 하기에 가급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발열조끼를 이 번에 새로 샀다. 이제 사이버 나이프 치료한지 좀 되어서 영상..

겨울 준비 - 급하게 체온을 올리는 방법

갑자기 기온이 내려갔다. 내 체온도 같이 내려간다. 몸이 으슬으슬할 때 급하게 체온을 올리는 방법 1. 제일 먼저 할 일은 여름 옷 정리하고 빨리 가을옷, 겨울 옷을 꺼내는 것이다. 밖에는 아직도 반팔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지만 환자는 빨리 겨울옷을 꺼내 입는 것이 중요하다. 2. 밖에 나갔다가 급속히 체온이 떨어진 경우 빨리 따뜻한 차를 마신다. 3. 반신욕, 족욕을 시도한다. 사우나 가면 좋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집에서 해결한다. 사실 나는 코로나 상황 이전에도 감염이 무서워 대중 목욕탕이나 사우나에는 가지 않았다. 4. 체온을 가장 빨리 올리는 방법은 뜨거운 차마시고 전기 장판 틀고 이불 덮고 누워 있는 방법이다. 5. 가부좌 자세로 앉아 복식 호흡만 제대로 해도 체온이 올라 간다. 6. 요가나..

암환자 금지 행동

4기 환자들의 투병 생활을 보다보면 힘든 항암치료 견디다가 황당한 이유로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게 된다.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그 이유는 항암(특히 세포독성항암)을 하기 전의 내 신체와 항암 중의 내 신체는 다른 몸이라는 것을 가끔씩 잊기 때문이다.내가 50대라도 항암을 하면 80대 노인의 몸이 된다. 80대 노인처럼 생활하면 많은 문제를 피해 갈 수 있다. 4기 환자는 한번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 하나하나의 나의 운명을 좌우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늘 덫이 존재한다.  한번 실수하면 탈락하는 '오징어게임'과 같다. 1. 먹는 것 : 세포독성 항암을 시작하면, (특히 4기 환자들, 언제 끝날 지 모른다.) 소화기관과 간을 보호하는 것이 급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