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50

항암 치료는 과잉 진료가 좋다

나는 2012년에 폐선암 4기(임파선과 뇌전이)를 서울 삼성병원에서 진단 받았다. 다른 병원은 어떤 형식인지 모르지만 그 병원은 2박3일 입원하면서 진단을 위한 모든 검사를 한다. X-ray, CT, Pet-ct, 생검, 혈액검사등. 생검에서 폐암이 확정되고 뇌전이가 있다고 나오자 하루 입원을 더해서 바로 감마 나이프 치료까지 하고 퇴원을 했다. 정말 건강한 몸으로 입원했는데 나흘 뒤 퇴원할 때는 반 쯤 죽은 듯한 상태(심리적으로)로 퇴원했다. 삼성 병원에 간 이유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까지 병원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중요한 병이니 그래도 삼성 병원보다는 서울대 병원이 좋겠지 하는 생각에 유전자 검사가 끝나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서울대 병원의 혈액종양내과로 배정 받았는데 감..

코로나 19 환경에 최적화 된 사람들- 암환자

벌써 몇 달 째 코로나 19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지난 8년 동안 그런 상태로 살았다. 사람들 만나지 않고 책 읽고, 혼자 TV 보고, 쇼핑은 온라인으로 하고 혼자 산에 갔었다. 단지 아쉬운 것은 그동안 운전을 하지 못해 버스를 타고 서울 근교 산에 갔었는데 이제는 버스를 타기가 겁나 그냥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 산만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4월, 5월 동안 동네 산이라도 예쁜 꽃들이 많이 피어서 답답함을 좀 해소 해 주었다. 그동안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무시했던 동네 산이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이제는 사람 만나는 것이 너무 무서워 모임도 '줌'으로 한다. 줌이 보안에 취약하다고 하지만 아줌마들 수다 떠는데 다른 사람이 좀 들으면 어떤가. 들으라고 돈을 주어..

목놓아 울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놓자

나는 처음 진단 받았을 때 가족들 앞에서는 울지 않았다. 아마도 내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정신줄 놓았을 때 다른 가족들의 반응이 무서웠는지도 모르겠다. 진단 받고 어느 날 파주에 있는 보광사에 혼자 갔었다. 이 사찰은 그동안 내가 가보고 싶었던 유명한 사찰이었다. 예쁘기는 하지만 비교적 작은 절이라 순례객들이 없었다. 보통 대웅전을 지키는 '법당보살'도 다른 신도조차도 없었다. 대웅전 바닥에 업드려 정말 말그대로 엉엉 울었다. 소리내어 울었다. 그리고 집에서, 가족들 앞에서는 울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곳에서 울면 앞으로 내 생활이 울음으로 계속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고 싶을 때는 절에 가서 울었다. 다른 신도들이 법당에 있으면 조용히 ..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역사를 공부하거나 산행을 다니다 보면 사람들의 '기억되고자하는 욕망'은 정말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의 일을 한 사람들은 물론 기억해 줄만하다. 그러나 그 몇 몇을 제외한 수많은 사람들은 그저 잊혀진다. 그래서 기억되려고 족보를 남기고 묘비명을 세운다. 그동안 내가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역시 돌에다 이름을 새기는 것이 제일 오래 가는 것 같다. 아니면 유명한 책을 쓰던지. 책을 있다보면 작가가들의 이름을 남기고자하는 욕망은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 이름 석자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투병 생활 중에 느낀 것은 나를 가장 잘 기억할 아이들과 남편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그들은 그들이 생존해..

버리기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 인간의 삶에서 예상대로 일어나는 일은 '죽음'뿐이다. 암4기 환자는 남들보다 좀 일찍 죽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이다.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20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심리적 갈등이 암환자에게는 1년 안에 일어난다. 한편으로는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투병하겠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진단받고 처음 한 일은 버리기였다. 나한테는 소중했지만 내가 죽으면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그냥 '짐(쓰레기)'이 될 만한 것들은 다 버렸다. 제일 먼저 책부터 버렸다. 내가 가진 책들은 나에게는 소중했지만 내 아이들은 읽지도 않을 것이다. 다 버렸다. 요즘에는 버릴 책이 많으면 전화하면 수거해 가시는 분도 있다. 그 중에 값어치가 ..

투병 생활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와 책들

* 인터넷 사이트, 동영상 1. 전반적인 내용 폐암학회 공식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cz2uz6jg1t (가장 먼저 보아야 할 영상, 종양내과, 외과 방사선과 샘들이 같이 등장해서 치료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허대석교수 시리즈 https://www.youtube.com/channel/UCNgwO9brEBuIYH38QMiHv9g 원자력병원 나임일교수 시리즈 https://www.youtube.com/watch?v=Th2k4Z53K_o 아산병원 암시리즈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tBENi4rhJuUPjaAx9lZkVYN4AuKIOplH 삼성병원 https://www.youtube.com/user..

Winter is coming.

몇 년 전에 재미있게 본 미국 드라마(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대사이다. 겨울만 계속되어 모두가 고생하는 대겨울이 오니 준비해야 한다는 대사이다. 나는 이 대사를 들을 때마다 몸이 떨리는 것 같다. 암환자들은 겨울이 힘들다. 기온이 떨어지는 11월 중순부터 서서히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1월, 2월이 되면 체력이 바닥이 난다. 이 때 어떤 자극(감기, 독감)이 있으면 심하게 앓다가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복하더라도 몸이 많이 상한다. 나는 2,3월에 폐렴이나 패혈증으로 고생을 좀 했었다. 예전에 노인들이 봄을 맞이하기 직전 2월에 많이 돌아가신다는 말을 들었다. 후손들 편하게 해주려고 겨울 내 언 땅이 좀 녹은 다음에 돌아가신다고들 했다. 암환자가 되고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11월부터 ..

장애인 연금을 받자

나는 진단 받기 전 직업이 있어서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발병 후 일을 그만 두고 연금을 내는 것도 그만 두었다. 연금 공단에서 전화를 해서 직장을 그만 두어 연금을 낼 수 없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고 연금 납부 중단 사유서를 보내 주어 사인을 했었다. 당시 장애인 연금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내가 요양원에 있었다면 다른 환자들이나 요양원 측에서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나는 요양원에 있어 본 적이 없어서 그걸 알지 못했었다. 그렇게 6년이 지나고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다가 갑자기 그동안 납부한 연금이 아까워 전화를 했더니 그제서야 장애인 연금을 안내해 주었다. 왜 이제야 이야기를 해주냐고 따질 수도 없다. 그 때 그 분이 아니니. 또 국민연금 납부를 중지할 때는 장애인 연금을 받을 처지도 안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