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진단 받고 해야 할 일 11

'암환자'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처음 암환자라는 진단을 들으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심리학자 들이 흔히 말하는 심리적 5단계를 거치게 된다.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06672 암 1,2,3기 환자들은 이 시기를 빨리 거치고 곧 극복하지만 4기 환자는 이것이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에 빨리 극복하기가 힘들다. 수술을 하는 1,2,3기 환자는 고생을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최장 1년 이내에 어느 정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4기 환자는 '정상인'으로 돌아 갈 가능성이 거의 제로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지난 12년 간 투병 생활을 하면서 많은 4기 환자를 보았는데 병을 극복하고 직장인으로 돌아 간 환자는..

'암바사' 보라매병원 암 전문의들의 대화 (처음 진단 받고 보면 좋은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9lUwSHKUTo4 암바사1 (2021년6월) https://www.youtube.com/watch?v=AjW0gJRfUCI&t=19s 암바사2 https://www.youtube.com/watch?v=kpemBa2JYkY 암바사3 https://www.youtube.com/watch?v=9f8djQdzUZ4 내용 중에 세포독성항암제의 반응율이 20-30%이라는 말이 나왔다. 나도 알고 있는 수치이지만 의사 입으로 말하는 것은 처음 들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났을 때 의사들은 앞에 앉아 있는 환자에게 절대 말하지 않는 수치이다. 또 간암 환자에게 Atezolizumab + Bevacizumab를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 ..

투병 생활을 시작하는 태도

나는 불자이지만 기본적으로 진화론자이다. 처음 진단 받았을 때 나의 투병 생활의 전반적인 태도는 '신석기인'으로 돌아가기였다. 즉 인간은 신석기 시대에 살도록 진화되었는데 너무 빠른 시기동안 인간 문명이 발달하여 환경이나 행태는 너무 변했지만 인간은 이 변화에 맞도록 진화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그 차이가 암을 일으켰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주 개인적인 판단임) 따라서 신석기인처럼 사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물론 100% 신석기인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목표는 그렇게 잡았다. 공기 좋은데서 가공 식품 먹지 말고 부지런히 몸 움직이고 가급적 내발로 걸어서 다니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그것이 나의 목표였다. 그러다가 언제 기독교 TV를 보다가(나는 불자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타종교 강의도 듣..

진단시 다인실 입원이 유리하다.

내가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2박 3일 입원해서 진단을 받았다. 아무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입원할 때는 '건강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6인실에 입원했는데 모두 폐암 진단을 위한 여자 환자들이었다. 마치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표면적인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대부분 환자들이 자신의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물론 가끔 우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면 곧 앞으로의 미래, 대처 방향등 여러 정보를 서로 나누기도 했다. 각자의 보호자들이 여기저기서 물어 온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혼자만 진단 받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진단받았다는 집단에서 오는 안정감, 또는 나는 저 환자보다는 좀 상태가 좋다는 상대적인 안심, 뭐 그런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내가 ..

의사와 나누는 선문답

나의 시아버지께서는 간암투병을 하시다 돌아가셨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어느 누구도 '암'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담당의조차 시아버지 앞에서 암이란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치료'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때 과연 시아버지께서 자신의 운명을 정확히 아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족끼리 아버님이 얼마나 자각하시고 계실까 말은 나누었지만 아무도 아버님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막상 내가 '암'이란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막연한 희망만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내 상태를 정확히 알고 내가 할 수 있은 일을 하고 죽더라도 뒷처리는 하고 죽고 싶었다. 그래서 진단 받고 나서 바로 진단의에게 '나 정도면 평균 얼마 쯤 수명이 남았냐'고 물었다. 보호자도 아닌 환자가 대 놓고 물어보니 의사선생님도 좀 당황을 했지..

암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자

암에 걸리면 무한한 '첨단 지식의 바다'에 빠지게 된다. 기본적인 생물학적, 생화학적, 의학적 지식이 있으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을 투자하면 스스로 많은 정보를 모으고 공부할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있기에 하나의 설명을 읽고 이해하기 힘들면 거기에 나오는 '단어'를 검색하면 또 다른 설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요즘에는 친절하게 잘 요약해 놓은 카페나 블로그도 많이 있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치료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의사결정'을 할 때 황당한 결정을 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을 때는 '회원 수가 많은 카페(회원수가 적은 카페나 블로그는 약 파는 곳이다.)'의 도움을 받아 그 분들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투병 일기를 쓰자, 의무기록지를 복사하자.

처음 진단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 시작하면 정말 정신이 없다.일단 나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들어 처음 몇 달은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 지나간다. 1. 그래도 정신이 좀 나면 투병일기를 시작하자. 환자가 할 수 없으면 보호자라도 해야 한다.발병 하면 갑자기 평소에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지식들의 쓰나미가 내게 던져진다. 다 기억 못한다.언제 병원가서 무엇을 했고 어떤 약을 썼는지를 간단하게 적는 것 부터 시작한다.종이공책보다는 컴퓨터에 적는 것이 좋다.쓰다 보면 점점 항목이 늘어나는데 종이공책은 정리하는데 한계가 있다. 2. 또 처음에는 병원 갈 때마다 치료 후 의무기록지를 복사해서 집에서 읽어 본다.나의 정확한 병명, 약이름, 유전자 변이, 혈액수치, 종양표지자수치등은 ..

병원 시스템에 적응하는 법,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는 법

* 병원 시스템에 적응하는 법 처음 암진단을 받으면 환자들은 절망에 빠지고 보호자들은 황망함에 빠진다. 그리고 처음 당해보는 거대한 병원 시스템에서 헤매게 된다. 그래서 처음 가는 병원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게 되어 기운이 빠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1. 일단 유명한 교수님을 인터넷에서 찾아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한다. 그런데 유명한 교수님은 예약이 너무 밀려 너무 늦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잘 선택해야 한다. 2. 예약 후 병원 가면 '처음 오신 분' 코너가 있다. 최초 방문 때는 일단 거기서 시작하면 된다. 진단 받고 초창기에는 간호사샘이 하는 말은 전부 다 받아 적는다. 예약 내용, 검사 내용, 다음에 갈 곳(이름도 생소하다) 등 모두 생소한 정보를 주는데 들을 때는 기억할 것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