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진단 받고 해야 할 일

의사와 나누는 선문답

stayalive1 2020. 3. 24. 19:31

나의 시아버지께서는 간암투병을 하시다 돌아가셨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어느 누구도 '암'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담당의조차 시아버지 앞에서 암이란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치료'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때 과연 시아버지께서 자신의 운명을 정확히 아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족끼리 아버님이 얼마나 자각하시고 계실까 말은 나누었지만 아무도 아버님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막상 내가 '암'이란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막연한 희망만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내 상태를 정확히 알고 내가 할 수 있은 일을 하고 죽더라도 뒷처리는 하고 죽고 싶었다.

 

그래서 진단 받고 나서 바로 진단의에게 '나 정도면 평균 얼마 쯤 수명이 남았냐'고 물었다.

보호자도 아닌 환자가 대 놓고 물어보니 의사선생님도 좀 당황을 했지만 2년 6개월쯤 남았다고 말했다.

물론  투병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삶의 계획을 짜기로 했다.

희망은 가지되 현실을 받아들이고 정리할 것을 정리하는게 맞다. 삶의 결정권을 가지고 싶었다.

 

종양학과 의사선생님들도 쉬운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환자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려야 하니까.

의사에게 물어 볼 때는 '저 얼마나 살아요?'하고 물어 보는 것 보다는 '이런 상황이면 평균 수명이 얼마나 됩니까?' 라고 물어 보는 것이 의사도 마음이 편할  것 같다. 환자마다 워낙 편차가 많아 의사가 점쟁이도 아니고 정확히 알 수 없기때문이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평균 데이타뿐이다.

평균 3년이면 6개월 사는 사람도 있고 6년 사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평균을 물어보고 대충 거기 근처겠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병원에 오래 다니면서 의사들이 하는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암환자에게 '이제 퇴원하셔서 맛있는 것 많이 드세요.' 라는 말은 이제 병원에서는 방법이 없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많다.

 

친정아버지게서 노환으로 돌아가셨는데 마지막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할 때 의사가 '이제는 오시지 않으셔도 돼요.'라고 했는데 친정어머니는 그 말이 다 나았다는 뜻으로 이해를 하셨다. 자식들은 그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엄마의 오해를 고쳐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퇴원하시고 며칠 있다가 돌아가셨다.

 

병원에 오래 다니다보면 의사들도 환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어떤 환자는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정확히 알려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어떤 보호자들은 부모님 낙담하게 면전에다 암이라고 이야기 했다고 불평을 한다.

그래서 보통 비교적 젊은 환자들에게는 정확히 알려 주고 어르신 환자들에게 대충 말하는 것 같았다.

환자가 단독직입적으로 물어 보면 대답을 해 주지만 그들이 말해줄 수 있는 것은 평균 데이타 뿐이다.

환자들마다 차이가 엄청 나서 치료를 해 보아야 예후를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대부분 희망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