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재미있게 본 미국 드라마(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대사이다.
겨울만 계속되어 모두가 고생하는 대겨울이 오니 준비해야 한다는 대사이다.
나는 이 대사를 들을 때마다 몸이 떨리는 것 같다.
암환자들은 겨울이 힘들다. 기온이 떨어지는 11월 중순부터 서서히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1월, 2월이 되면 체력이 바닥이 난다.
이 때 어떤 자극(감기, 독감)이 있으면 심하게 앓다가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복하더라도 몸이 많이 상한다.
나는 2,3월에 폐렴이나 패혈증으로 고생을 좀 했었다.
예전에 노인들이 봄을 맞이하기 직전 2월에 많이 돌아가신다는 말을 들었다. 후손들 편하게 해주려고 겨울 내 언 땅이 좀 녹은 다음에 돌아가신다고들 했다.
암환자가 되고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11월부터 체력이 떨어지다가 2월이 되어 체력이 완전 고갈되어 돌아가시는 것이다. 기온이 올라 가는 3월까지 버티시면 또 일년을 지낼 수 있다.
3월부터 11월 초까지 열심히 운동해서 근육도 만들고 체력을 키워 놓아야 겨울을 버티는 것이다.
밖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실내 기온을 높게 유지해도 힘들다. 아마도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일 것 같다.
겨울이 되면 추워서 잘 걷지 못 해 활동량이 줄어들고 환기 마저 잘 되지 않으니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겨울이라도 실내에서 걸을 만한 곳을 찾아 걸어야 한다. 미술관, 박물관, 종합 병원을 다녀 보았는데 종합병원이 제일 공기가 좋은 것 같았다.
그러나 병원은 감염의 위험이 높은 곳이니 조심은 해야 한다. 요즘 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돌거나 독감 유행 시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사정이 되면 겨울을 제주도에서 보내는 것도 좋다. 비행 시간이 한 시간 정도이니 크게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다. 외국이 아니니 생활에 불편도 적다. 겨울에는 제주도에 관광객이 없어 조용하다. 겨울에 제주에 가보니 환자들이 많이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울동안 빌리는 펜션 비용도 여름에 비해서는 엄청 싸다. 가장 따뜻한 서귀포 지역이 좋다. 성산과 모슬포는 상대적으로 바람이 좀 센것 같다.
2016년 2월이 내게는 제일 힘든 시기였다. 방사선 폐렴이 너무 심해 숨 쉬는 것도 힘들었다. 봄을 보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았다.
하루하루 이렇게 간절하게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린 적이 없었다.
당시에 친정 아버지도 노환으로 투병 중이셨는데 나는 가보지도 못했다. 그 때 목표는 아버지보다 하루라도 오래 사는 것이었다.
3월 중순에 친정 아버지는 끝내 돌아가셨다. 아버지 돌아 가셨다는 말을 듣고 슬픔과 함께 안도감을 느꼈다. 불효는 면했구나......
장례식 치르고 아파트에 핀 매화 꽃을 보면서 울었다.
아버지는 이 예쁜 매화를 끝내 보시지 못하셨구나......
그 다음부터는 봄만 되면 주변 공원과 야산의 매화, 진달래, 개나리를 보러 열심히 다닌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봄꽃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눈에 가득 담아두고 싶다.
남들은 맨날 똑같은 진달래, 개나리를 본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곷 한송이 한송이가 각기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암환자가 되면 그 아름다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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