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진단을 받고 나면 후회와 분노가 동시에 온다.
진작에 내가 ...했더라면, 가족 중 누가 속썩이지 않았다면... 등등
자신과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차오른다.
다 소용없다. 내가 오래 생존하는데 아무 소용이 없고 오히려 해만 된다.
물론 나의 잘못된 습관 같은 것은 분석을 하고 고쳐야 한다. 그러나 이 때의 분석은 '이성적인' 분석이어야 한다.
마치 음식을 할 때 어떤 재료를 넣어 음식을 망쳤으니 다음에는 넣지 말아야지 하는, 감정을 섞지 않은 분석이어야 한다.
이미 지나 간 과거의 일을 계속 머릿 속에서 재방송하면서 거기에 감정까지 섞어 넣는 것은 내 투병 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도 내가 병이 나면 알아서 후회를 하고 나를 덜 힘들게 할 것이다.
스스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어차피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하소연도 하지 말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투병 생활해서 나중에 침대에만 누워 있을 상황이 되었을 때 '진단 받았을 때 좀 더 조심할 걸'하는 후회를 하지 않는 것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나쁜 것은 나로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나가는 직선이다. 뒤로 갈 수 없는 전진 뿐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더라도 뒤돌아보지 말고 지금, 여기서 열심히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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