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세포독성 항암제가 많이 쓰이고 있다.
4기 환자에서 그동안 쓸 수 있었던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에 모두 내성이 오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치료를 포기하거나 극심한 부작용이 올 때까지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암세포와 나와 누가 더 먼저 죽나 치킨게임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세포독성 항암제를 몇 번이나 투여할 수 있는지는 의사도 처음에는 잘 모른다. 투여하면서 환자가 잘 버티고 효과가 좋으면 계속 버틸 때까지 투여하면서 암세포를 확인 사살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 CT 상에서 보이지 않아도 좀 더 한다.
때로는 그들이 환자의 삶의 질보다 환자가 그냥 숨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따라서 4기 환자의 삶은 얼마나 내가 버티는지에 따라 그 기간이 연장된다.
따라서 항암제를 집중적으로 맞을 때는 나의 체력에 해가 될 행동을 하면 절대 안 된다.
물론 세포독성 항암제를 맞으면서도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밥도 잘 먹고 머리카락만 빠지는 환자도 봤다. 그러나 그런 환자들은 극히 일부이고 대다수가 힘들어 한다. 항암제를 맞기 전에는 내가 어느 부류에 해당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조심한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다가 한번 맞았더니 생각보다 괜찮아서 긴장감 내려 놓고 조심하지 않다가 나중에 고생하는 분도 있다. 항암제의 부작용은 계속 축적되기 때문에 횟수가 증가할수록 나의 소화기가 너덜해 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 세포독성 항암제를 맞기 전과 도중에 일단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모두 끊는다.
한국인들은 김치를 먹기 때문에 일단 성인이며 누구나 조금씩은 위염을 앓고 있다. 건강 검진해보면 위염이라고 나오지만 말끝에 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항암제를 맞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세상에 먹거나 맞아서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는 항암제는 없다. 부작용이 없다는 표적치료제도 소화 기능을 약화시킨다.
독하다는 세포독성 항암제는 더 심하다. 소화기 튼튼한 사람들도 항암제 쓰면 힘들다.
고춧가루는 잠재된 위염을 더 크게 하여 오심, 구토, 복통을 더 심하게 하고 장을 자극하여 설사를 일으킨다. 그렇지 않아도 먹은 것이 적은데 설사까지 하면 영양 공급이 안된다.
따라서 항암제 맞기 전부터 고춧가루를 끊는 것이 덜 고생하는 길이다. 항암제를 맞는 동안에는 당연히 끊어야 한다. 밥맛 없다고 '당기는 것' 먹는다고 고추장으로 볶은 곱창 먹다가 장에 구멍이 나서 출혈하는 환자도 보았다. 출혈 지점을 찾지 못하면 결국 개복 수술을 해서 봉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체력이 바닥인 환자가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을 하면 체력은 더 떨어진다.
항암제를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생생한 몸을 수술하는 것과 각종 항암제로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수술하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2. 세포독성 항암제 맞는 날의 준비 사항
항암제 횟수가 증가하면서 병원에서 세포독성항암제(백금계)를 맞는 동안 심리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웠다. 분명히 육체적으로 아픈 것은 아닌데 주삿바늘을 빼고 싶은 욕망에 시달렸다. 아마도 기억 때문이리라.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맞는 동안 잘 수 있게 진정제를 처방해주어 주사 맞는 동안 잠을 잘 수 있었다. 나처럼 힘든 분들은 부탁할 만하다.
여름에 병원에 가면 에어컨이 나온다. 약간 추운 데서 움직이지 않고 차가운 항암제를 맞으면 체온이 확 떨어진다.
나같이 체온 낮은 사람들은 많이 춥다. 간호사님께 부탁하면 홑이불을 주지만 부족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면 얇은 담요를 가져 가는 것이 좋다. 암병원에 가면 얇은 담요를 들고 다니는 환자들이 꽤 있다.
또 지난번과 다른 혈관에 주사를 놓는지 확인한다. 주사를 같은 혈관에 연속으로 놓으면 혈관이 까맣게 탄다. 간호사님이 확인을 하기는 하지만 가끔 실수할 때가 있으니 본인이 챙겨야 한다. 혈관이 타면 없어지는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그리고 쓸 수 있는 혈관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다. 4기 항암 환자에게 혈관의 존재는 생명줄이다.
백금계 항암제를 맞는 날은 힘들더라도 조금 걷고 자기 전에 맛사지를 받으면 훨씬 기분이 좋다.
항암제를 맞는 순간 나의 몸 안의 움직임이 모두 멈추는 기분이 든다. 소화기의 연동 운동도 멈추고 심지어 혈액순환마저 멈추는 기분이 든다.
걷는 것도 한계가 있어 마사지를 받아 강제로 혈액순환을 시키면 좀 편하게 잘 수 있고 소화도 좀 된다.
항암제를 맞는 날은 저녁을 좀 적게 먹는 것도 방법이다. 과식하면 소화가 안되어 그것 때문에 고생한다.
항암제를 맞은 날은 아직 약효가 돌지 않아 식욕이 좀 있는데 2,3일째 먹지 못하니 잘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소화가 되지 않아 고생을 하기도 한다.
또 체온이 많이 떨어지므로 이 상황에서는 반신욕을 하기 힘드니 따뜻한 찜질팩을 하는 것이 좋다.
환자들은 온수매트나 돌침대를 많이 사용하는데 온도가 빨리 오르지 않는다. 미리 켜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날은 집에 와서 덜덜 떨리는 날도 있었다.
또 여름에는 항상 에어컨의 존재를 잊으면 안 된다. 항암제 맞은 날 어떤 날은 좀 견딜만하고 어떤 날은 너무 힘든 날이 있다.
몸의 상태도 중요하지만 여름에 항암제 맞을 때 에어컨이 너무 세었거나 아니면 집에 오는 차 안의 에어콘이 너무 센 경우 집에 와서 이빨을 덜덜 떤 경우도 있었다.
3. 세포독성 항암제 맞는 시기의 식사
세포독성 항암제를 맞으며 꼭 임신한 사람처럼 구토, 오심이 심해지고 입맛이 사라진다. 위에 무엇인가가 들어가면 힘들기 때문이다. 주사 맞고 2,3일째가 제일 심한 것 같은데 최소한 4일째부터는 잘 먹어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그렇게 먹지 못하면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얼마나 체력을 유지하느냐는 먹는 것에 달렸다.
너무 힘들면 '안 먹고도 버틸 수 있다'는 망상이 들기도 한다. 어떤 환자들 중에는 항암제의 부작용을 줄인다고 단식을 하는 분도 보았다. 그런 분들 중에 결과가 좋은 분을 보지 못했다.
또 암세포를 굶겨 죽인다고 굶어야 한다는 말하는 사람도 있다.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을 먹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완전히 굶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이 시기의 식사는 먹고 싶어 먹는 기호 식사가 아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쓴 약을 먹는 것처럼 살기 위해 억지로라도 먹어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나는 이것저것 좋다는 것을 모두 넣고 갈아서 만든 꿀꿀이 죽을 조금씩 먹었다. TV 먹방을 보면서 먹기도 하고 코미디를 보면서 신경을 딴 곳에 쓰면서 먹기도 했다.
또 기본적으로 항암제를 쓸 때 오심, 구토 진정제를 주는데 심하면 약을 더 처방하기도 한다. 나는 한꺼번에 많은 약을 투여해 간에 부담 주는 것이 싫어 지압을 많이 이용했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는 분도 보았다. 지압에 관한 책을 사서 눌러주곤 했다. 그랬더니 좀 진정이 되었는데 눌러서 아파서 진정이 된 것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효과는 있었다.
이 시기에는 평소 암환자가 꺼리는 음식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먹는다. 라면, 국수, 짜장면은 암환자에게 권하는 음식이 아니지만 다른 것을 먹지 못한다면 이런 것들이라도 먹어서 넘겨야 한다. 매운 것만 아니면 된다.
정말 먹기 힘들면 환자식인 뉴케어, 아이들 이유식, 분유 등 목에서 넘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던지 시도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여러번에 나누어 자주 먹는 것이 좀 편하다.
나는 정말 먹기 힘들면 꿀꿀이죽을 희석 시켜 미숫가루 처럼 마시기도 했다.
또 익히지 않은 음식은 먹지 않는다. 처음에는 고기, 생선 종류는 익혀 먹고 샐러드 정도는 그냥 먹을 수 있지만 항암 차수가 지나면 샐러드 먹고 설사하는 날이 온다. 또 평소에 문제없던 냉장고 안 음식을 먹고 설사를 하기도 한다.
죽을 먹을 경우 만들어서 냉동 시키고 먹기 전 바로 해동해서 먹는 것이 좋다.
또 힘들다고 누워만 있으면 더 먹기가 힘들어진다. 힘들어도 일어나서 걸어야만 식욕이 생긴다. 식사 전 걷고 식사 후에 좀 걸어야 음식을 밀어낼 수 있다.
나는 세포독성 항암시 힘들어서 지팡이 집고 한걸음 딛고 숨 한번 쉬고 또 한걸음 딛으면서 걷기를 한 환자를 보았었다. 물론 탁솔 계통의 약을 많이 쓰면 근육이 약해져서 걷기 힘들수도 있다. 백금계열은 먹기만 한다면 그래도 걸을 수 있다.
또 세포독성항암제를 맞으면 오심, 구토, 구내염등 온갖가지 부작용에 시달린다. 증상에 적적히 대처하며 그래도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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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항암 후 수술하는 2,3기 환자들
환자들의 종양 크기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항암을 먼저 해서 크기를 좀 줄인 후 수술을 하는 경우도 꽤 있다.
이런 경우 특히 체력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암환자의 투병 생활이란 결국 자신의 면역력 유지이다.
항암 하면서 체력이 좀 떨어진 상태에서 수술을 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더 떨어진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체력을 너무 과신하지 말고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암환자들이 체력을 유지하는 것은 잘 먹고 운동(걷는 것) 잘하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억지로 먹고 힘들더라도 몇 발자국이라도 움직여야 한다.
항암제를 맞으면 내가 침대 속에 매몰되어 있는 이유가 체력이 없어서 인지 정신적으로 힘들어서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몽롱한 정신상태가 지속되는데 보호자들이 계속 자극을 주어 먹고 움직이게 해야 한다.
수술하고 나서 항암을 몇 번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때도 몸이 이미 한번 타격을 받았으므로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수술 후 엄청 쏟아 부은 항생제도 소화기를 엄청 망가뜨린다. 나의 경우는 항암제보다 항생제 때문(패혈증 이후, 아마도 의사들이 이것이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엄청난 항생제를 쏟아부은 것 같았다.)에 소화기가 더 망가져 몇 달 동안 죽만 먹기도 했었다.
따라서 수술 전후 항암제를 할 동안에는 소화기를 보호하도록 고춧가루 절대 먹지 말고 소화 잘되는 음식으로 먹어야 한다.
한국인들에게 고춧가루를 먹지 말라는 것은 김치를 먹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심리적 충격을 주는데 지구위의 대부분의 호모 사피엔스들은 김치를 먹지 않고도 잘 살 간다. 김치는 필수 영양분이 아니라 기호 식품이기 때문에 안 먹어도 된다. 물론 김치가 면역력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은 항암 하지 않는 일반인들에 해당하는 말이다. 항암 환자들에게는 김치가 주는 면역력보다는 김치 안에 있는 캅사이신의 부작용이 더 크다.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 식생활이 매운 맛에 중독되어 고춧가루보다는 아예 '캅사이신'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하얏다고 멋 모르고 캅사이신 든 음식을 먹었다가는 큰일 난다. 내 경우에는 고추가루보다 정제 캅사이신의 자극이 더 심해 먹었다하면 지금도 설사를 한다. 향수를 달래기 위해 백김치를 먹거나 동치미를 먹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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