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투병생활

요즘 광풍 '맨발 걷기'

stayalive1 2024. 2. 27. 13:15

암 4기 환자들은 본인들만의 루틴이 있다. 그래도 무엇인가 좋은 것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귀가 쫑끗해진다.

본인이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을 바탕으로 괜찮겠다 싶고 크게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 시도해 보는 것이 환자의 삶이다.

 

그런데 본인의 상식을 바탕으로 판단했을 때 꺼림직한 것이 있다면 실천을 좀 미루고 다른 이들의 경험을 기다리는 것도 좋다.

 

지금은 다 잊혀졌지만 몇 년 전에 '기생충 약 광풍'이 있었다. 일 년에 두 번 먹는 기생충 약을 매일, 그것도 과용량으로 먹거나 심지어 강아지 기생충 약까지 먹는 광풍이 일었었다.  국내에서는 품절되어 해외직구까지 하는 상태였다. 일단 사람이 먹어도 된다는 허가가 없는 약을 먹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암환자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간의 상태를 해치는 '과용량'이라 나는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이 경도되어 있었다. 나는 다른 분들의 그 기대감을 매정하게 꺾을 수는 없어서 품절 사태를 대비하여 미리 사 놓기는 하지만 좀 다른 분들의 경험을 보고 사용하자고 설득하였다.  그 때는 정말 대단한 열풍이어서 유튜브에 정말 많은 영상이 올라 왔었다.  환자들이 스스로 임상시험을 하여 결과를 공유하였었다. 

결론은 많은 분들이 간을 다쳤다. 

 

지금의 '맨발 걷기'도 그런 감이 좀 있다. 

내가 잘 다니는 동네 공원은 주민들이 맨발 걷기 코스를 공원 한 구석에 맨발로 스스로 만들었다. 그래서 공원 측도 할 수 없이 정식 코스로 만들고 황토를 깔고 발을 씻는 곳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곳이 강아지 운동 시키던 곳이라는 것이다. 어쩌다 공원에 오는 사람들은 잘 몰라서 잔디가 예쁘게 되어 펼쳐진 곳에서 아이들이 흙 장난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진단 받고 남 참견하지 않는 편이지만 엄마들에게 여기는 강아지 놀이터에요라는 말을 꼭 준다. 

강아지들이 똥싸고 오줌 누던 곳....... 여름 날 저녁 때가 되면 동네 강아지가 모이는 곳....

강아지 놀이터라고 공식적인 이름은 없지만 동네 강아지 주인들이 암묵적으로 모이는 곳이다. 

잔디가 예쁘다고 다 좋은 곳은 아니다.  공원을 점점 반려견들이 차지하고 있다. 

 

나의 상식으로 판단하면 몸이 차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맨발걷기가 좋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여름에도 양말 신고 자는 사람이다. 또 발바닥도 잘 갈라져서 상처가 있다. 또 엄지 발톱 염증도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도 불안안 상태이다.  

따라서 나는 맨발걷기를 하지 않는다. 패혈증, 폐렴 등을 겪어보면 염증의 무서움을 아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이득이 있을지 모르지만 특히 세포독성 항암치료를 하는 분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무좀 있는 분들이 지나간 자리를 맨발로 밟을 수도  있고 강아지가 지나가다 오줌 싼 자리일 수도 있다.  공원에서의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강아지 주인이 다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간주하지 않는다.  

 

공원을 돌다보면 맨발걷기에 대한 평가를 좀 들을 수 있다. 할머니들끼리 자신들의 경험을 많이 이야기 하는데 슬쩍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동네 할머니들 중에는 맨발 걷기를 하다가 무릎이 더 나빠져서 그만 두었다는 분들이 좀 있다.  암환자에게 무릎은 생명줄이다. 아파져서 걷지 못하면 끝이다. 가끔 산에서 맨발로 뛰어 내려가시는 분들을 보면 소름끼친다. 

 

맨발 걷기의 장점 중의 하나가 발을 신발에서 해방 시키는 것이라면 좀 넓은 운동화를 신어 발가락을 편 상태로 걷는 것도 이득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요즘은 패션 때문에 넓고 뭉뚝한 운동화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여름에는 좀 뭉뚝한 샌달이 있기는 하지만 운동화는 찾기 힘들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은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면 그냥 숲속을 좀 넉넉한 운동화 신고 걷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맨발 걷기만을 고집한다면 장소에 한계가 있어서 아름다운 많은 숲을 놓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기 전에는 장점과 함께 단점도 찾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유행이라고 바로 시작하지 말고 시간차를 두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