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1,2,3기 환자가 주의할 점
암4기 환자와는 달리 암 1,2,3기 환자는 '치료의 끝'이 있다. 수술만, 수술과 항암, 수술과 방사선과 같은 치료를 하고 일단 치료를 끝낸다.
그러면 환자들은 다 암이 완치되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암이란 병은 감염이나 사고로 생긴 병이 아니다. 감염이면 세균 감염이던지 바이러스 감염이던지 들어 온 감염 원인을 제거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 갈수 있다. 또 사고로 다친 경우도 마찬가지로 후유증이 있더라도 굳이 본인이 크게 노력해야 하는 것은 없다. 물론 재활치료라는 것이 있지만 재활치료를 평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암은 자신의 유전자, 오랜 생활 습관, 환경 요인으로 생긴 병이다. 사실 딱히 어떤 것이 주원인이라고 말은 하지 못해도 환자들은 스스로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따지면 치료 후 다시 옛날 습관이나 환경으로 돌아가면 다시 재발 할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환자들은 치료 후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어디까지 고쳐야할지 그것을 결정하기 힘들다.
내가 겪어보기에 발병 전 엄청 술마시고 담배 폈던 분들은 원인이 거의 명확하다. 치료 후 술과 담배만 끊어도 자신의 신체에 엄청난 환경의 변화가 있는 것이니 사실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결정하기 쉽다. 사실 나는 술 담배는 '독'이라고 생각한다. 또 술 담배 많이 하셨던 분들은 그 만큼 체력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비록 여자이기는 하지만 평소 술도 한모금 마시지 많았었다. 물론 20대까지는 모임 분위기때문에 한두 모금 마셨지만 나이든 이후에는 마시지 않았다. 체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일 어려운 분들이 평소 술담배 안하고 등산을 자주 갔던 분들이다. 이 분들은 무엇을 어떻게 더 이상 바꾸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인을 스스로 분석하고 스트레스관리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특별한 환경요인(집의 환기, 석면등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암도 다 같은 암이 아니다. 유방암, 폐암이라고 뭉뚱거려 부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중에서도 악성도가 더 높은 암이 있다.
예를 들어 유방암 종류는 원인 세포 종류, 진행 정도, 암의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하지만 환자에게 중요한것은 호르몬 양성 유방암, 허투(Her-2) 양성유방암, 삼중 음성 유방암인가가 중요하다. 수술 후에 재발하면 종류에 따라 환자에게 쉬운 표적치료제를 쓰기도 하고 세포독성항암제를 쓰기도 하기 때문이다. 삼중 음성 유방암이 제일 악성도가 높은 암이다. 따라서 암 3기이고 치료가 다 끝났어도 만약 본인의 진단명이 삼중 음성 유방암이면 4기 환자처럼 조심조심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악성도가 높은 암환자들은 평생 환자거니하고 조심조심하며 사는 것이 좋다. 다시 재발하면 그 때는 정말 방법이 없다.
나는 뇌전이가 있던 4기 폐암 환자이지만 폐암 중에서도 순한다는 EGFR 변이 폐선암이었기에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폐암 중에 소세포암은 정말 빨리 진행된다.
따라서 자신암의 악성도를 잘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악성도는 의사선생님께 물어보고 암카페에 있는 환우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 재발 방지를 위한 제언
1. 내가 의사선생님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치료 후 술을 한방울도 마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발병 전 병째로 마셨던 분들은 한 두잔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치료 후에는 민감도가 달라졌기 때문에 술은 '한방울'도 마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2. 재발한 분들 중에는 외국 여행을 다녀 오고 재발한 경우를 정말 많이 봤다. 어느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외국여행을 한다는 것은 시간선을 넘나드는 행위인데 '시차적응'이 인체에 큰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들도 10시간씩 비행기 타는 여행을 다녀 오면 힘든데 환자들은 더 신체에 무리를 준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을 가면 완전히 극기 훈련이다. 또 한번 가기 힘든 여행인데 열심히 구경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를 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호기심이란 자신의 체력 한계를 뛰어넘기기도 한다. 새로운 시각적 자극은 자신의 신체를 늘 관찰하는 능력을 마비시킨다.
3. 건강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항암치료를 하면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타고 있는 행위조차도 인체에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너무 장기간 차를 계속 타는 것도 좋지는 않은 것 같다. 내 경험에 의하면 승용차보다는 버스가, 버스보다는 기차가 덜 힘든 것 같다(차가 클 수록 좋다). 또 중간중간에 쉬어 주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국내 여행을 갈 때 KTX 타고 버스 갈아타는 여행을 좋아한다. 갈아 타면서 좀 걷기도 하고 쉴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연계가 잘 되지 않아도 걸을 수 있는 여유 시간이 있어서 더 좋다.
지금 내가 그래도 힘들지 않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딱 제주까지 이다.
내게 제일 피로한 여행은 승용차를 타고 여기저기 들리는 여행인 것 같다. 당연히 운전은 하지 않아도 타고 있다는 자체가 힘든 것 같다.
특히 여름에는 에어컨을 조심해야 하므로 버스나 기차, 승용차를 탈 때는 다른 이들보다 따뜻하게 입고 있어야 한다.
나를 위해 에어콘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투병 기간 동안 점점 체온이 낮아져 이제는 여름에 기차나 버스, 승용차를 한시간 이상 탈 경우 얇은 오리털 잠바를 입고 그 위에 얇은 잠바를 입는다. 그러면 훨씬 컨디션이 좋다. 얇은 잠바를 입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보기 민망해서이다. 당연히 마스크도 쓰는데 코로나 이전에도 마스크를 썼다. 암환자가 되면 에어콘이 얼마나 인체의 체온을 빼앗아 가는지 알 수 있다.
4. 발병 전에는 그 많은 일을 쉴 틈도 없이 연속으로 했다. 환자가 되면 치료를 끝냈다고 해도 초기에는 조심해야 한다. 즉 일을 할 때 '쉬는 시간'을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한가지 일을 하고 5분이라도 쉬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집청소를 할 때도 한번에 모두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방 하나씩, 화장실 청소도 오늘은 세면대, 내일은 욕조 이렇게 나누어서 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음식하는 것을 싫어하는 여자라도 결혼한지 20년이 되면 3가지 음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레벨에 달해서 숨도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된다. 중간중간 본인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며 천천히 해야 한다. 하다가 힘들면 좀 쉬었다 다시 하고. 빨리 할 수 있더라도 뻘리 하면 안된다. 병이 나고 나서 내가 긴장된 상태에서 일을 몰아 하면 숨도 쉬지 않고 일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일을 하면서도 본인의 신체를 계속 관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5. 지금처럼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좋지 않다. 컴퓨터, 인터넷의 세상은 정말 자극적이어서 세상의 그 어떤 행위보다도 더 몰입하게 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행위는 몸을 전체적으로 움직이지 않게 되고 숨 쉬는 것 까지 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남편은 내가 블로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꽃 구경 가기를 권한다. 컴퓨터 앞에 앉더라도 시간을 제한하고 본인이 숨을 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관찰하여야 한다.
6. 그 밖에 신체에 무리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예전에 대장암 3기 환자인데 수술 후 예후가 너무 좋아서 1년 있다가 항문과 대장 연결 수술을 했다가 순식간에 재발한 환자를 보았었다.
예후가 너무 좋아 배변 주머니를 차고 있는 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수술을 했는데 확 퍼진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암세포가 몸의 어디선가 남아 있다가 신체 면역이 떨어지면 다시 왕성하게 활동 한다는 생각을 했다. 수술 한다는 자체가 신체에 큰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이다.
7. 과도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 꾸준한 운동은 특히 걷기는 꼭 해야하지만 진을 뺄 정도로 운동을 하면 안된다.
또 일도 너무 열심히 하지 않는다. 항상 자신의 몸을 관찰하면서 과도하게 일을 하지 않는다.
8. 자신의 성격을 한번쯤 점검해 보면 좋다. 철저한 성격을 가진 분들이라면 '대충' 사는 것을 좀 배우면 좋다. '착한병'이 있다고 생각되면 '이기적'으로 살아보는 것도 좋다.
'착하게 살지 마세요. 착하게 살면 불행해요. 힘들어요. 불교는 착하게 사는 게 아니에요.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는 게 불교예요. '착하게 살자'는 조직의 표어이지 불교는 아니에요.
어리석은 사람은 착하게 살고 어리석은 사람은 악하게 살아요. 지혜로운 사람은 그냥 살아요.' - 용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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