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진단 받고 치료를 시작하기 시작하면 정말 정신이 없다.
일단 나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들어 처음 몇 달은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 지나간다.
1. 그래도 정신이 좀 나면 투병일기를 시작하자. 환자가 할 수 없으면 보호자라도 해야 한다.
발병 하면 갑자기 평소에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지식들의 쓰나미가 내게 던져진다. 다 기억 못한다.
언제 병원가서 무엇을 했고 어떤 약을 썼는지를 간단하게 적는 것 부터 시작한다.
종이공책보다는 컴퓨터에 적는 것이 좋다.
쓰다 보면 점점 항목이 늘어나는데 종이공책은 정리하는데 한계가 있다.
2. 또 처음에는 병원 갈 때마다 치료 후 의무기록지를 복사해서 집에서 읽어 본다.
나의 정확한 병명, 약이름, 유전자 변이, 혈액수치, 종양표지자수치등은 기억해야 한다.
같은 폐암이라도 유전자 변이가 환자마다 다르고 따라서 투약하는 표적치료제도 다르다.
의무기록지가 주로 영어 약자로 되어 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무슨 뜻인지 알수 있다.
정 모르면 암환자 카페에 사진이라도 찍어 올리면 친절하신 분들이 다 해석해 준다.
유전자변이에 따라 치료방법과 약이름이 정해지므로 이것을 모르고 공부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수 있다.
또 의무기록지를 보면 나의 질병이 좋아지고 있는지 나빠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어떤 경우 의사가 확실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진료를 의위 오래 기다리다 진료를 받고나면 힘들어서 의무기록지를 떼는 것을 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무기록지를 떼려면 다시 가야하니 번거로우니 잊지말고 꼭 뗀다.
본인이 가는 것도 힘들고 대리인이 가려면 대리인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환자가 있을 때 꼭 뗀다.
처음에는 이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요즘에는 병원마다 의무기록지를 온라인으로 발급하기도 한다.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니 잘 알아보고 발급받으면 된다. 의무기록지는 개인정보이므로 주민등록 등본만큼 발급받는데 까다롭다.
* 온톨: 스마트폰 앱이다.
MRI, CT, 초음파, 조직 검사. 어려운 의학용어를 이해하기 편한 한글로 바꿔준다.
* 암오케앱: 온톨과 비슷하지만 단순한 의무기록지 해석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정보가 있고 교수님들이 관여하는 것 같다.
3. 그리고 병명이 정해지면 환자나 보호자가 본인의 병에 대해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4기 환자들은 병에 대해 많이 알수록 생존 기간이 늘어 난다.
4기 정도되면 의사도 환자의 앞날을 알수없다. 다만 최선을 다해 진료를 할 뿐.
그래도 가끔 오래 생존하거나 완치되는 환자가 있으니 의사도 포기하지 않는다.
또한 4기 환자들의 진료는 병원마다 다를 수 있다. 임상도 다르니 여기저기 많이 알아보고 투병하는 요령도 알아 보아야 한다.
특히 폐암은 새로운 약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니 약들에 대한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해야 한다.
항암제가 정해지면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여러 부작용이 다 나온다. 물론 개인 격차가 매우 크다.
미리 알고 있으면 증상이 나타나도 덜 당황하게 되고 예상하고 있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으면 고맙게 생각하면 된다.
부작용에 대한 처치도 인터넷에 보면 환자들의 여러 꼼수가 많이 올려져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
의사들은 부작용에 대해 약을 쓰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해줄수 있는게 없다.
항암제 부작용은 약을 쓰는 것 보다는 가급적 운동이나 물리 치료, 음식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오랜 기간 항암제를 써야 하는데 부작용조차 약으로 다스리면 간에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이다.
특히나 피부나 손가락, 발가락 염증시 항생제를 먹는 것은 주의 해야 한다.
암환자들은 폐렴이나 패혈증에 잘 걸리는데 미리 항생제 먹어 내성을 키우면 나중에 쓸 항생제가 없어진다.
항암제 부작용은 본인이 약한 부위에 심하게 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혈액수치는 본인이 정상범주 안에 있으면 상관없지만 정상범주를 넘어 가면 늘 주시해야 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대표적인 혈액수치가 의미하는 것을 알아두면 좋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얻은 지식이 쌓인다. 이것도 다 적어서 정리해 놓아야 한다. 들을 때는 기억할 것 같지만 자신의 기억력을 너무 신뢰하지 않는 것이 좋다. 독한 항암제를 쓰면서 바보가 되는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 같은 부작용을 겪을 때가 있다. 지난 번에 어떻게 버텼는지 잊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에 투병일기를 적어야 한다.
또 온갖 투병 책이나 사이트에 들어가면 온갖 지식이 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것은 요약 정리해 놓아야 한다.
사이트는 링크를 거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복사를 해두는 것이 좋다. 사이트가 없어지기도 하고 나중에 들어가 보면 주인장이 돌아가신 경우도 많아서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5. 병원에 남겨진 환자의 기록 중 CT영상은 5년이 지나면 기록이 사라질수도 있다. 병원마다 다를 수 있지만 데이터용량이 너무 크다보니 법정 보존 기한이 지나니 지우는 것 같다. 텍스트로 된 의무기록지는 남는다. 따라서 초창기 진단 CT 정도는 복사해 두는 것이 좋다. 나중에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진단 받고 해야 할 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자 (0) | 2020.03.21 |
---|---|
보호자가 환자에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 (0) | 2020.03.16 |
나의 발병을 가족들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 (0) | 2020.03.12 |
병원 시스템에 적응하는 법,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는 법 (0) | 2019.12.30 |
어느 병원에 갈 것인가 (0) | 2019.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