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진단 받고 해야 할 일

보호자가 환자에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

stayalive1 2020. 3. 16. 12:33

내가 진단 받고 시댁어른들과 자매들에게 알렸을 때 시댁어른들은 어떻게 반응했는지 모른다. 전화로 연락했으니까..

친했던 시조카는 울었단다.

내 자매들은 잠깐 눈물을 비추기는 했지만 통곡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알리지 않았고 남편은 한 번도 내 병 때문에 내 앞에서 울지 않았다.

나중에 들으니 시누이 앞에서 울었단다. 그러나 내 앞에서는 항상 굳건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잘 될것이라는 말만했다.

가족들이 내 앞에서 울지 않으니 나도 울지 않을 수 있었다.

진단 받고 몇 년 있다가 친정 부모님에게 알렸는데 처음에 친정엄마는 울음이 쏟아져서 내 앞에서 말 문을을 열지 못하셨다.

친정 엄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라도 내 딸이 아프면 그럴 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간신히 참고 정신을 차리려는데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 내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아 한동안은 엄마를 피했다.

나는 내 감정 무게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엄마를 위로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남편이 아픈 애 앞에서 울지말라고 경고를 내렸지만 엄마가 스스로 슬픔을 삭히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제 시간이 좀 지나니 엄마도 감정을 추수리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예전에 40대인데 암 4기 선고를 받아 뼈까지 전이된 남자 환자를 본 적이 있다. 보호자라고 엄마가 같이 다니는데 통곡을 하며 다니며 거의 실신까지 갈 지경이었다. 환자인 아들이 엄마를 위로해야 할 처지였다. 보다 못해 내가 한마디했다. 아들의 심정은 지금 어떻겠냐고. 엄마라도 굳건히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환자들마다 가족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선호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그저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아무렇지 않게 대해 주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가족이 환자 앞에서 운다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환자의 심리 상태는 마치 절벽에 동아줄 하나로 매달려 있는 사람과 같다. 억지로 정신을 추수리고 있는데 가족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환자에게 쏟아 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쏟아내기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이 환자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