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 제정신 유지하기 11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화, 분노, 좌절, 초조감)

환자들은 잘 지내다가도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휩싸인다. 특히 정기 검진하기 일주일부터 초조해진다. 나 같은 4기 환자들은 '3개월 인생'이다. 3개월마다 CT를 찍어 상태를 체크해서 괜찮으면 또 3개월은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검진 시기가 다가오면 초조해지고 화가 쉽게 난다. 사실 그 상황에서 내가 화를 내거나 초초해해도 결과를 바꾸지는 못한다. 그저 나의 감정 소모일 뿐이다. 결국 내게 주어진 시간을 불행하게 쓰는것 뿐이다. 나의 종교인 불교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보통 업이라고 한다.)을 태우기 위해 엄청난 육체 노동(절)과 염불 기도를 권한다. 절과 기도를 열심히 해서 내 소망이 100% 이루어진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사실 바라지도 않는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태우고 진정하는데는 정말 효과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내가 계속 투병해야 하는 이유

표적 치료제를 먹는 동안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좀 불편할 뿐 그럭저럭 생활(자신의 나이에 20년쯤 더한 나이처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백금제 항암제나 탁솔계통의 독한 항암제를 쓰면 인생이 다 무너진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도 심리적 타격을 받는다. 나의 몸이 침대 매트리스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느낌이 들고 침대를 벗어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것처럼 느껴진다. 또 음식을 목에서 넘기는 행동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처음 알게 된다. 정신도 비몽사몽을 헤매게 된다. 독한 항암제는 나의 정신력을 모두 빼앗아 가버린다.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디멘터 같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나의 삶이 이런 시간으로 이어진다면 오래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보호자에게 '이제는..

투병에 롤모델이 되는 분들

1. 김규원(68) 서울대 약대 명예교수 : 독보적 암 과학자가 14년 암투병하며 알게 된 것들 shindonga.donga.com/3/all/13/2151034/1 독보적 암 과학자가 14년 암투병하며 알게 된 것들 신동아는 인문학재단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 ‘인문을 과학하다’ 시리즈를 진행한다. 플라톤아카데미는 2010년 11월 설립된 국내 최초 인문학 지원 재단으로 인류의 오랜 지식과 지혜… shindonga.donga.com 이 분의 투병기를 읽으면서 나는 그래도 쉬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셨다. 이 분도 걷기 명상을 하셨단다. '미로 속에서 암과 만나다'라는 책을 썼다 2. 이상묵 교수 ko.wikipedia.org/wiki/%EC%9D%B4%EC%..

목놓아 울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놓자

나는 처음 진단 받았을 때 가족들 앞에서는 울지 않았다. 아마도 내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정신줄 놓았을 때 다른 가족들의 반응이 무서웠는지도 모르겠다. 진단 받고 어느 날 파주에 있는 보광사에 혼자 갔었다. 이 사찰은 그동안 내가 가보고 싶었던 유명한 사찰이었다. 예쁘기는 하지만 비교적 작은 절이라 순례객들이 없었다. 보통 대웅전을 지키는 '법당보살'도 다른 신도조차도 없었다. 대웅전 바닥에 업드려 정말 말그대로 엉엉 울었다. 소리내어 울었다. 그리고 집에서, 가족들 앞에서는 울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곳에서 울면 앞으로 내 생활이 울음으로 계속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고 싶을 때는 절에 가서 울었다. 다른 신도들이 법당에 있으면 조용히 ..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처음 진단을 받으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신경을 써 준다. 그러나 이 병은 다리 골절처럼 단기간에 끝나는 투병이 아니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투병생활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본인도 지치지만 가족들도 지친다. 배우자와 아이들의 삶이 나 만큼 힘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진단받았을 때 아이들이 고1,중1이었다. 대한민국의 교육체제에서 인생의 제일 중요한 시기였다. 내가 죽을 때 죽더라도 아이들의 인생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최소한 엄마가 일찍 죽어 내 인생 꼬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 교육은 남편이 전담하기로 하고 나는 내가 돌보기로 했다. 병원에 갈 때에도 웬만하면 혼자 가고 입원했을 때도 식판을 나를 기운만 있으면 보호자를 부르지 않았다. 입원시 본인이 식사 후 식판을 복도로 나를 기운만 ..

웃는 연습,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자

암환자는 가만히 있어도 우울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만나서 그 우울함을 더하는,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는 사람들과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병이 생기기 전에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체면' 때문에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 했지만 '암환자'라는 명찰을 달고부터는 만나기 싫은 사람은 그냥 만나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암환자가 되어서 그나마 좋은 점은 일가 친척들의 행사에 빠져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딸의 졸업식에도 추워서 못 갔다. 암환자 중에는 '착한 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 스트레스 주는 사람을 만나기 싫은데 체면 때문에, 미안해서 만나는 경우도 있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충고를 해서 고치려 하지도 말자. 환자들은 본인을 구하기도 바쁘니 남까지 구하려 들지 말자...

잉여인간으로 살아가기

바쁘게 살다가 막상 환자가 되면 환자는 몸도 괴롭지만 정신은 공황 상태가 된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시간이 지나서 당장 죽는 것은 아니고 쪼금 더 산다는 것으로 바뀌면 이번에는 자신의 '쓸모었음' 또는 '잉여인간'의 처지에 비관한다. 그러면서 삶의 가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일반인들은 은퇴하고 늙어가면서 20년 또는 30년 동안 겪을 심리적, 신체적 변화를 환자들은 1년 이내에 다 겪는 것이다. 종교적, 철학적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럴때 삶을 지탱해 줄 수있는 것은 가치의 기대치를 많이 낮추는 것이다. 환자가 되면서 그 전의 나보다 훨씬 적은 일을 느리게 하고 감정적으로 휘둘리고 효율도 낮아진다. 나는 진단 받은 후 실비보험이 없어서 요양원에 가지 못했다. 힘들더라도 도움을 받으며 집에서..

걷기, 요가, 명상

걷기는 경증 우울증에 최고의 치료법이다. 도심을 걷는 것는 것보다는 숲속을 걷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논문도  있다.https://stayonearth.tistory.com/7 요가는 처음에는 내 몸을 알기위해,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면 명상 효과도 꽤 있다.https://stayonearth.tistory.com/11 원래 명상은 불교에서 유래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참선'이라고 한다.참선은 그동안 스님들만 할수 있었고 '깨달음'을 목표로 하는, 인생을 거는 아주 대단한 것이었다. 내가 권하는 명상은 이런 것이 아니다. 세속명상이다.지난 30년 동안 서구에서는 테라바다의 전통을 세속화 시킨(종교적인 색은 쏙 빼고 오직 심리적인 안정을 위한 기법) 명상을 발전시켜 왔다.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