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 제정신 유지하기

웃는 연습,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자

stayalive1 2020. 3. 19. 18:34

암환자는 가만히 있어도 우울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만나서 그 우울함을 더하는,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는 사람들과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병이 생기기 전에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체면' 때문에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 했지만 '암환자'라는 명찰을 달고부터는 만나기 싫은 사람은 그냥 만나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암환자가 되어서 그나마 좋은 점은 일가 친척들의 행사에 빠져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딸의 졸업식에도 추워서 못 갔다.

암환자 중에는 '착한 병'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 스트레스 주는 사람을 만나기 싫은데 체면 때문에, 미안해서 만나는 경우도 있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충고를 해서 고치려 하지도 말자. 환자들은 본인을 구하기도 바쁘니 남까지 구하려 들지 말자.

그냥 과감히 만나지 않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좋다.

우리들은 어릴 때부터 남한테 피해를 주지 말라고 배운다. 환자가 되면  타인에게 돈을 갈취하거나 폭력적인 것이나 욕을하는 것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하지만  그냥 연락 끊어서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서운한 것 정도는 해도 된다. 아파서 힘들다고 하면 된다.

 

정신적으로 덜 고통 받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종교관련 모임에 많을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은 종교시설에 오면 다 착해지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투병 생활 너무 오래하면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져 때로는 힘들 때도 있다. 체력이 되면 종교 모임에 열심히 나가도 되고 각 지자체에 있는 평생프로그램에 등록해도 좋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크게 체력을 소비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된다. 환자가 되면 체력에 자신이 없어 큰 돈주고 무엇을 배우러 다니기가 힘들어 진다. 지자체 프로그램은 워냑 저렴해서 등록하고 반 정도만 참석해도 본전 뽑는 다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다닐 수 있다. 또 같은 수강생들과 부담없는 인간관계를 적절히 유지할 수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사람이외에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생존에 필수적이며 정신 건강에 중요하다. 

 

사람들은 체면을 위해서, 내 평판을 위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만난다.

이제 나와 친하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 한테 내 평판이 좋아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저 내 가족들에게나 좋은 추억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엄마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고 싶을 뿐이다.

 

사실 내가 병들고 일찍 죽으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내 가족들이다. 특히 내 아이들.

남편은 재혼이라도 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엄마 대체물은 없다. 

나머지 사람들은 내가 죽으면 잠깐 슬펐다가 자신의 삶을 이어 갈 것이다.

 

나에게는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니가 살아 계신데 내가 죽는다해도 물론 정신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실제 그들의 삶은 별로 변할 것 같지 않다. 노후 준비 다 되어 있으시고 나 말고도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를 돌 봐 줄 건강하고 다정 다감한 형제 자매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면, 사회적 지위, 이런 것 생각하지 말고 내가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환자들은 스스로 웃을 거리, 행복해질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쉬운게 코메디나 코믹 영화를 보는 것이다. tv만 하루 종일 줄창 보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지만 그래도 좀 쉬면서 보아야 할 때는 코메디나 여행 프로그램, 음악프로그램을 보면 좀 행복해진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세계테마여행, 팬텀싱어, 슈퍼밴드, 복면가왕, 불후의 명곡 등이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나쁜 ' 뉴스는 보지 말자. 예전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은 나쁜 뉴스가 아니라 내게는 그냥 '공포'로 다가왔다. 뉴스에 비치는 모습들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 때는 뉴스를 보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신문은 보지 않은 지 꽤 되었고 TV로 뉴스를 보지 않는다. 어떤 뉴스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먼저 제목을 보고 내가 선택해서 본다.  특히 정치 뉴스는 보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정치란 오래 이 땅에서 생존할 사람들의 문제이다.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식물을 키우는 것도 좋다.

반려견을 키울 경우 매일 산책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강제로' 걷기를 할 수 있고 하루종일 심심할 때 벗이 되어 준다.

그러나 체력이 너무 떨어지면 돌보기가 힘들어진다는 것도 미리 생각해야 한다.

 

식물을 키우는 것도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 관리하기 까다로운 식물이나 너무 큰 화분 보다는 작은 '다육이'가 적당하다.

물도 자주 주지 않아도 되고 작으니 옮기기도 좋다. 나는 아침마다 다육이에게 인사하는 하는 것이 즐겁다. '이뿐이들아 잘 쉬었니?'

다육이는 직접 사러 가지 않아도 인터넷(옥션)에서 살 수 있다.

단, 값이 싸고 쉽게 인터넷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잘못하면 집 안이 다육이로 가득 찰 수 도 있다.

또 작아서 분갈이 하기도 쉬운데 너무 자주 다육이를 괴롭히지 말자.

나는 다육이 받침대를 만들어 놓고 거기가 꽉 찼는데 또 다른 다육이를 사고 싶으면 기존의 다육이를 다른 이에게 주고 새로 사서 다육이의 전체 양을 유지하는 방법을 쓴다.

가끔 체력이 되면 시외에 있는 다육이 판매장에 가서 다육이를 구경하고 몇 개 사온다. 정말 많은 다육이들이 있어 정말 행복하다. 지금 체력으로는 큰 식물원에 갈 수 없지만 다육이 판매장 정도는 구경할 수 있다. 주인이 분갈이 하는 것도 볼 수 있어 배울 수 있다.

 

또 나는 발병하기 전에도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사실 평범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도자기를 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

병이 나고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많으니 도자기 구경을 많이 다닌다. 물건으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사진으로만 모은다. 박물관에 있는 도자기부터 현대 작품까지 열심히 보러 다니고 사진 찍고 집에 와서 다시 사진을 본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사동은 많은 갤러리는 입장료가 무료이다. 박물관 순례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 중의 하나이다.

가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도자기관을 돌아보며 박물관 사람들이 '나의 소중한 보물들(국립박물관이니 나에게도 오천만분의 1정도의 소유권은 있지 않을까)'을 잘 관리하고 있는지 체크도 한다. ㅋㅋㅋㅋ

도자기관은 전시물을 자주 교체하지 않아 그것은 좀 불만이다. 리움이나 호림박물관에도 좋은 도자기가 많다.

사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국보급에서 평범한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리움이나 호림박물관에는 보물급 이상의 도자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마디로 비싼 것들.

발병한 후 우리나라에 크고 작은 여러 도자기 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유럽도자기 박물관도 있다.

인사동의 갤러리에 가면 현대 도자기 전시를 공짜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투병 생활이 고통스럽더라도 24시간, 매 순간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 고통 속에서도 순간 순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다.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암에 걸린 사람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