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되면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이 된다.
그래서 외출할 때 낯선 사람들이 내가 암환자인 것을 알아채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투병 생활 동안 거의 매일 걸었는데 2015년 백금계 항암제를 쓰면서 머리를 싸악 밀었다.
그래서 밖에 나가 걸을 때는 부분 가발과 모자를 쓰고 걸었었다.
요즘 코로나 시국이라 멀리 못 가고 죽어라 동네 산만 가는데 어제 산에 갔다가 '당당한' 여자 분을 만났다.
동네 산에 매일 가면 자주 만나는 분들이 있다. 어디 사는 누구 인지 모르지만 젊은 나이에 저렇게 줄기차게 걷는 것을 보면 아마도 암환자가 아닐까 추측을 하기도 한다. 보통 암환자들은 나처럼 부분 가발과 모자를 쓰고 걷는데 경험자는 딱 보아도 암환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경사길을 내려 가는데 챙만 있는 모자를 쓴 여자분을 보았다. 챙 위로 머리카락이 있어야 할 부분에 반들반들한 민머리가 보였다. 더워서 그랬는지 머리를 전부 덮는 모자조차 쓰지 않았다. 그녀의 당당한 발걸음과 자세를 보면서 존경심까지 느꼈다.
그녀의 몸짓에서 '민머리가 어때?'하는 당당함을 느꼈다. 이 분은 투병 생활도 잘 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해의 마지막 단풍을 보는 시간 (0) | 2020.11.07 |
---|---|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 (0) | 2020.10.08 |
생명의 연약함에 대하여 (0) | 2020.06.18 |
햄스터의 교훈 (0) | 2020.06.16 |
코로나 19 환경에 최적화 된 사람들- 암환자 (0) | 2020.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