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2년 폐선암 4기를 진단받았고 예상 수명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그 때는 환갑이 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저 큰애가 수능 보기 전까지 집에 있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환갑이 되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나 환갑되었다고 자랑한다.
요즘 세상에 환갑인게 자랑은 아니고 90은 되어야 구순 잔치를 한다는데(팔순 잔치도 민망하단다.) 나는 환갑이 된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
사실 이렇게 버틸 줄 몰랐다. 12년을 욜로로 살았다.
얼마 전에 병원에 체크하러 갔더니 담당 샘이 환갑되었네요.하고 한마디 하셨다. 그리고 본인도 환갑이란다.
이 샘을 안지가 12년이 다 되어가고(물론 중간에 다른 병원에 갔다왔다.) 그동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1분 이내에 면담에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다. 샘 얼굴을 보니 처음 보았을 때는 머리가 까만색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백발이 되었다. 마스크 때문에 전체 얼굴을 볼수는 없지만 좀 늙으신 것 같다. 내 머리카락도 이제는 하얗게 되었다. 12년 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진료했었다.
나의 꿈은 1년에 샘을 4번, 1분씩 만나는 것이다. 나빠지면 진료시간이 길어지지만 유지된다면 1분 진료이다.
환갑 잔치는 좀 그렇고 청룡 그려진 안경닦는 천을 사서 친한 사람들게 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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