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 진단 받았을 때 가족들 앞에서는 울지 않았다. 아마도 내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정신줄 놓았을 때 다른 가족들의 반응이 무서웠는지도 모르겠다. 진단 받고 어느 날 파주에 있는 보광사에 혼자 갔었다. 이 사찰은 그동안 내가 가보고 싶었던 유명한 사찰이었다. 예쁘기는 하지만 비교적 작은 절이라 순례객들이 없었다. 보통 대웅전을 지키는 '법당보살'도 다른 신도조차도 없었다. 대웅전 바닥에 업드려 정말 말그대로 엉엉 울었다. 소리내어 울었다. 그리고 집에서, 가족들 앞에서는 울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곳에서 울면 앞으로 내 생활이 울음으로 계속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고 싶을 때는 절에 가서 울었다. 다른 신도들이 법당에 있으면 조용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