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 밖에 다니기가 더 힘들어진다.
더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각종 교통수단과 실내의 에어콘 때문이다.
택시를 타는 경우 기사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에어콘을 줄이거나 끄지만 (좋아하시는 분도 있다.) 지하철, 버스는 그럴수도 없다. 지하철의 약냉방칸을 타도 시간이 길어지면 점점 체온이 내려 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작년까지는 지하철 탈 때 여분의 남방과 모자를 가지고 탔다.
며칠 전에 수원에 갈 일이 있었다. 지하철을 타면 에어콘을 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KTX를 타고 가기로 했다. KTX는 창 가 좌석에서 에어콘이 나오므로 복도쪽 좌석에 예약하고 얇은 오리털 잠바를 들고 갔다. 기차 떠나기 전에는 객차입구에 있는 보조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여기는 에어콘이 없다.
기차가 떠나기 시작하자 할 수 없이 좌석에 가서 얇은 오리털 잠바를 입고 그 위에 후드가 있는 얇은 잠바를 걸쳤다. 남들보기에 민망해서이다. 완전 무장하고 탔더니 정말 따뜻했다.
예전에 기차 오래 타면 힘들었었는데 그게 기차 때문이 아니라 에어콘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집에 오는 길에는 지하철을 타고 왔다. 물론 KTX 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역시 오리털 잠바 덕분에 힘들지 않게 왔다. 심지어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 탈 때도 잠바를 입고 있었다. 버스도 에어콘이 셌다.
그 더운 날에 오리털 잠바 있고 있는 것이 남들보기에 좀 민망하지만 남의 눈길이 중요한게 아니다.
앞으로는 30분 이상 지하철을 탈 때는 오리털 잠바를 가지고 다녀야겠다.
'순간순간 일어나는 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염 시작 (0) | 2021.07.21 |
---|---|
암환자의 정체성 (0) | 2021.07.19 |
한 달 동안 감기 고생 (0) | 2021.04.29 |
순간의 선택- 티끌 모아 태산 (0) | 2021.04.25 |
'다육맘' 등극 (0) | 2021.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