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 많은 선택을 한다. 아니, 우리의 삶자체가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선택 중에는 아주 신중해야 할 선택과 후에 영향이 별로 크지 않은 선택들이 있다.
학교입학, 결혼, 집을 사는 것, (요즘 주식투자)과 같은 것은 정말 중요한 의사결정이고 내 인생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택을 하기 전에 많은 정보를 모으고 장점과 단점을 뚜렷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실패했을 때의 출구 전략도 생각해야 한다. 물론 그래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인 인생이다.
반면에 슈퍼에서 어떤 과자, 과일을 살 것인가, 카페에서 어떤 커피를 마실 것인가 같은 의사 결정은 내 인생이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 영향은 기껏해야 단 몇 시간, 며칠 뿐이다. 실패해도 그냥 교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암환자가 되면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의사 결정이 후에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도 만보를 걸어야 하는데 오늘 걷지 못할 이유가 수십가지가 생각난다.
비가 와서, 바람이 불어서, 기분이 우울해서, 감기 기운이 있어서, 신발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낙엽들이 다 떨어져서 볼게 없어서, 누가 찾아 온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아이들이 시험기간이라 간식을 챙겨주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 시작한 재미있는 드라마를 봐야하기 때문에....... 특히 여자들은 아이들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이들의 부탁이 모든 것에 우선시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하루하루 걷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일상적인 의사결정이지만 암환자들에게는 그 어떤 의사결정보다도 중요한 선택이다.
나는 걷기 싫은 날이면 '한발자국 내 디디고 숨 한번 쉬고 쉬었다가 또 한발자국 내딛였다.'는 어느 환자의 이야기를 되새긴다.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몸을 움직여서 그 분은 완전 관해가 되었다. '그 분에 비하면 나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긴다.
한번 나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게 되면 둑이 무너진다.
사실 하루 걷지 않았다고 큰 영향이 없기 때문에 '괜찮겠지, 괜찮겠지.'하고 나의 의지 박약을 합리화 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암환자에게 걷는다는 것은 정말 티끌모아 태산이다.
일상적인 작은 선택이 큰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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