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릭스에서 미국판 '굿 닥터'를 보여주고 있다. 원래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는 성향이라 열심히 보고 있다. 자폐아인 주인공이 대인관계를 배워나가는 것을 보면서 나의 대인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시즌 2가 되면서 주인공 머피의 멘토인 아론 그래스먼이 악성 뇌종양에 걸려 수술도 하고 항암치료도 받는다. 자신이 30년간 외과의로 일했던 병원에 암환자로 다니게 되니 아론은 처음에는 심리적으로 힘들어 한다.
아론은 항암치료를 하면서 젊은 환자를 만나는데 그는 빨리 '암환자 정체성'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스스로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다른 환자들과 교류하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충고를 한다. 머피가 자폐아의 정체성을 받아들였듯이 아론도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동안 들었던 수 많은 암환자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처음 진단을 받고 바로 자신을 '암환자'로 규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암환자'로서의 삶을 살면 4기 환자인 경우 생존 기간이 늘어나는 것 같다. 많은 4기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다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많이 보았다. 병원에서 의사들은 절대로 객관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항상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환자의 정신상태가 치료의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호자들에게는 객관적으로 말하지만 보호자가 환자에게 정확히 말하기는 힘들다. 모두 다 긍정적으로 말한다. 특히 4기 환자는 자신의 남은 생을 잘 정리하기 위해서는 환자 자신이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과연 '암환자'라는 정체성을 100%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내가 죽을 때까지 암환자일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드라마에서 아론은 항암치료를 하면서 육체적으로 괴로워하면서도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여자를 찾기로 한다. 심지어 그녀가 살고 있다는 먼 도시까지 간다. 우버를 타고.... (요금 많이 나왔겠다. )
나는 아론의 심정을 이해한다. 바쁘게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고 토하기만 하는데 집에서 괴롭게 있느니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찾는 것이 그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그 괴로운 시간-항암하는 동안 자신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잊게 해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드라마 상에서 나오는 항암제는 내가 보기에는 좀 황당하지만(배우들도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모를거다.) 사극보면서 역사저적 사실을 따지면 피곤해 지듯 의학드라마보면서 의학적 평가를 하는 것도 바보같은 짓이다. 탁셀, 백금계 약을 썼는데도 머리카락도 그대로다....... 그 두개의 약을 연이어 쓴다는 것도 거의 초인이다.
아론은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하고 다 나았다.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역시 드라마는 환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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