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투병 생활을 시작하고 다육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좋지 않은 체력 때문에 큰 화분은 부담스러워 아주 작은 다육이들을 키운다. 심지어는 요즘 다육이 싹을 틔우고 있는데 잘 보이지 않아 안경을 쓰고 봐야 할 지경이다.
가족들은 다육이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며칠 전 딸이 다육이를 보다가 살짝 만졌다. 내가 '아이들 다친다'고 만지지 말라고 했더니 딸이 웃으면서 상처받았단다. 항상 엄마에게 자신은 1등이었는데 '다육'에게 밀렸단다.
자식들이 아기일 때는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했다. 그런데 성인이되고 나니 그저 할 일없이 바라보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다육이는 하염없이 바라보아도 괜찮다. 그리고 딸들이야 이제 다 컸으니 본인들이 알아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다육이는 내가 물 주지 않으면 죽는다. 열흘 이상 여행가서도 다육이에게 물주라고 딸들에게 전화한다.
또 거리를 지나다 화원 앞에 있는 다육이를 보면 '욕망'이 확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찬찬히 다 구경하고 아쉬운 마음을갖고 그냥 온다. 다육이는 비싸지도 않아서 욕망대로 행동하면 온 베란다가 다육이로 꽉 차기 때문에 다육이 정리대를 만들고 그 공간 만큼만 키우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열성적인 '캣맘' '도그맘'이 있는데 나는 '다육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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