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암 1기나 2기는 가족들에게 알려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4기는 좀 생각을 해보고 가족들에게알리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고 시댁어른, 나의 언니와 여동생 한명에게만 알렸다.
그렇게 알린 이유는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고1, 중1인 딸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미래가 정해지는 중요한 시기에 엄마가 오래 살지 못한다고 알렸다가 그들의 감정적 어려움을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가 투병 생활하는 동안 그들이 내게 해 줄 것은 없다. 똑 같이 학교 가고 학원 가는 생활을 할 텐데 괜히 감정적 무게까지 지울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성인이 안된 자식을 두고 눈 감아야하는 내 처지에 대한 감정의 무게만으로도 힘들었다.
나의 지인은 암4기 환자들은 괜찮다가도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가 많아 미리 알리는 것이 마음의 준비를 할수 있다고 충고도 했지만 나는 끝까지 미루었다. 둘 다 수능 끝나고 아이들에게 나의 상태를 말했다. 아이들도 내가 어느 정도 암환자가 아닐까 생각은 하고 있었단다.
아이들도 바보는 아니니 엄마가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서 퉁퉁 부은 얼굴로 있으니 의심을 했을거다. 그러나 그 의심은 암 1기정도에 머물렀을 것이다.
또 노환으로 투병 중인 친정 아버지를 간호하고 있던 친정어머니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당연히 친정 아버지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알아보니 나이 드신 부모님에게는 가급적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발병 후 3년 쯤 지난 다음 말씀 드렸다. 진단받았을 때보다 3년 지난 다음 말씀 드리니 충격이 좀 덜하신 것 같았다. 어떤 이들은 외국으로 파견간다고 부모님에게 말하는 경우도 있고 가발 쓰고 부모님을 만났는데 부모님이 눈이 나쁘셔서 눈치를 못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나에게는 언니 한명과 동생 두명이 있는데 언니와 바로 아래 동생에게만 말하고 막내 동생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당시 막내는 직장맘인데다 임신 중이어서 내게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몇 년 지나 갑자기 우리 집에 고로쇠물을 들고 오겠다는 말을 듣고 이제야 알게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출산 후 출산우울증이 좀 왔었는데 그 때 알았으면 더 힘들었을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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