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 일어나는 생각들

며칠 전에 화장실에서 넘어졌다.

stayalive1 2025. 3. 26. 06:54

잠 자다가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다가 미끌어졌다. 

잠결에 정신이 없었나보다. 이번에는 지난 번과는 달리 좀 심하게 부딪혔다. 

안면을 변기에 부딪히고 오른손에 심하게 타격을 입웠다.

 

처음 부딪히고는 정신이 없어서 그냥 누워 있다가 스마트폰으로 집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늘 혼자 사시는 어머님들을 걱정했는데 식구와 같이 살아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은 지방에 있었고 큰 딸은 폰 끄고 자고 있었고 작은 딸은 독서실에서 무음으로 하고 공부하고 있었다! 

 

일단 팔다리 움직여 보니 골절 된 곳은 없는 듯했다. 입술이 찢어졌는데 이빨도 만져보니 부러지거나 빠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면 된 거다. 연조직은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 

 

좀 화장실 바닥에 누워 있다가 정신 차리고 방에 들어와 보니 입술도 어느 정도 지혈이 되고 있었다. 지혈이 안되면 응급실 가야 한다. 

그 다음 날 일어나니 온몸의 근육이 아우성이다. 순간적으로 근육도 놀랐겠지.

오랜만에 부항 꺼내서 아픈 부위에 부항하고 핫팩을 붙이니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거울을 보니 입술은 부풀고 딱지가 앉았다. 요즘 유행하는 입술 필러를 넣은 것 같았다. 문제는 한쪽만 그렇다는 것.

사람이란 처음에는 쫄다가 좀 나아지면 욕심이라는 것이 생긴다.

입술에 상처가 나서 나중에 흉터가 나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피부과에 가서 연고 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처음에는 이빨 뿌러지지 않은 것에 감사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흉터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곧 정신 차리고 그냥 바셀린만 계속 발랐더니 4일 지나니 피딱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기는 아직 좀 있다. 

상처가 아물기 전에 피딱지가 미리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수도 못하고 머리도 감지 못하고 있다. 물에 불리면 미리 떨어질 수 있고 그러면 덧나기 쉽다는 생각을 했다. 

또 마스크를 쓰면 딱지가 불어서 미리 떨어질까 밖에도 나가지 않고 있다. 나는 마스크 쓰지 않고는 절대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 친정어머니가 눈 온 날 쓰레기 버리러 나가셨다가 넘어지셔서 왼쪽 손목이 부러지셔서 고생하고 있다. 또 몇 주 전에 시어머니께서 화장실 다녀오다 넘어져서 척추에 금이 가서 누워 계시다. 

그 상황에 내가 화장실에서 넘어진 것이다. 

 

지방에 계시는 시어머니 뵈러 갔다가 돌아 온 남편은 입술이 퉁퉁 부운 나를 보고 기가 막혀 한다. 시어머니가 누웠는데 보러가지도 못하는 며느리가 본인도 다쳐 누운 것이다. 남편의 스트레스 곡선이 하늘을 찌른다. 

 

다시 한번 노약자에게 화장실은 흉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친정 아버지도 화장실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져 돌아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