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 일어나는 생각들

노약자에게 겨울은 사투의 시기다.

stayalive1 2025. 2. 27. 07:19

나는 이번 겨울에 목소리가 점점 더 쉬어지고 체력이 예년보다 더 떨어졌다. 매년 겨울에 느끼는 것이지만 지난 여름, 가을 동안 축적했던 에너지가 바닥이 나고 금붕어처럼 누워 숨만 쉬는 꼴이다. 지금은 빨리 기온이 올라가기 만을 기다리는 시점이 되었다. 

 

1월에는 제주에 몇 번 다녀 와서 그럭저럭 버텼지만 2월에는 집안 사정상 가지 못했고 날씨도 많이 추웠다.

예전 같으면 국립박물관을 가거나 집의 러닝머신 위에서 걸었을 텐데 올해는 그것도 제대로 못했다. 

날씨도 좋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나의 의지가 많이 꺽인 것 같다.

아마도 이번 2월이 지난 투병 기간 동안 역대 최하의 걸음걸이를 기록한 것 같다. (세포독성 항암 시기 제외하고)

목도 쉬고 말하면 기침이 나와서 더 늘어지는 것 같기도 한다. 

 

이 와중에 지방에 계시는 90 되신 시어머니께서는 혼자서 사투를 벌이고 계시다.

노환과 무릎, 허리가 좋지 않아 잘 걷지 못하시는데 물론 낮에 오시는 분이 있지만 혼자 사시니 심심하고 힘드신 모양이다. 
젊어서 음식 만드는것이 큰 기쁨이었던 분이 하루 세끼 드시는 것이 고역이 되었다. 

노약자가 되면 먹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중요한지 뼈져리게 느껴진다. 

가지 못하는 나는 전화라도 드려야 하는데 목소리가 정상이 아니니 전화드리기도 힘들다. 

또 목소리 쉰 암환자인 며느리의 목소리를 들려주느니 차라리 전화를 안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역시 혼자 사시는 친정어머니는 그래도 비교적 잘 계시는 편이었는데 한달 전 쯤 쓰레기 버리러 나가셨다가 넘어지셔서 왼쪽 손목이 부러져 기브스를 하게 되었다.

노약자는 겨울에 눈 온 뒤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금과옥조를 깜빡 하신 것이다. 

그래도 왼쪽 손목 골절이라 고관절 부러진 것 보다는 괜찮다고 딸들이 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1달이 다 되어가니 현재 어깨가 너무 아파서 숟가락도 들기 힘드시다고 한다.

 

친정어머니는 무릎이 좋지는 않으시지만 본인이 매일 걷고 스트레칭, 폼롤러 사용하면서 나름대로 잘 관리해 오셨다.

척추도 나보더 더 꼿꼿하시다. 그런데 골절 후 걷지를 못했고 스트레칭을 하지 못하고 날씨마저 추워지니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것 같다. 

나는 내 사정이 또한 좋지 못해 가보지 못했고 언니와 동생들이 번갈아 가며 함께 정형외과와 한의원에 가보지만 통증은 여전하신 것 같다.  비교적 신체적으로 튼튼했던 어머니는 이번에 좀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다. 

 

암환자들은 세포독성 항암을 하면서 죽음의 문턱에도 가보고 나의 신체의 무기력함을 뼈저리게 경험한다.  
또 이렇게 사느니 죽고 싶다, 죽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심리적 심연에도 빠져 든다. 

 

지금 두 어머니들이 이것을 겪고 있으시다. 빨리 봄이 와서 이 심연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시간 만이 해결이 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