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순간 일어나는 생각들

남한산성

stayalive1 2021. 12. 21. 05:10

어제 동생과 남한산성에 다녀왔다. 

남한산성은 내가 처음 발병하고 걷는 연습을 하러 많이 다니던 곳이다. 동생이 처음에 나와 함께 걸어주던 곳이다. 

당시에는 내가 이렇게 오래 버틸지 몰랐다. 2년6개월 정도의 시간만 남았다고 의사선생님에게 이야기를 들을 터라 당시에는 거의 절망적인 기분으로 다녔었다.

지난 9년의 시간이 길면 긴 시간이고 짧으면 짧은시간이다. 

그동안 여러 번 이사를 다니는 바람에 남한산성에서 멀어져 오지 않다가 우연히 동생과 다시 오게 되었다. 

 

한파 뒤에 기온이 올라간 상황이라 산성 내에는 할머니 단체  등산객들이 좀 있었다. 이 곳은 산 속이지만 체력에 따라 쉬운 코스를 선택할 수 있어 체력이 약한 분들이 오기 좋은 곳이다.

 

예전에 몇 번에 걸쳐 남한 산성을 다 돌았었다. 건간하신 분들은 하루에 산성을 다 돈다는데 나는 여러 번에 걸쳐 완주했었다. 이번에는 전 날 눈이 와서 아직 눈이 남아 있는 곳도 있어서 사찰 중심으로 걷기로 했다. 사찰 가는 길은 당연히 눈이 다 녹았다. 사찰 마당에 눈이 쌓여 좋은 풍경을 만들기는 하지만 걷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사찰 세곳을 방문해서 사진을 찍기로 목표를 세웠지만 두 곳만 방문했다.  

나는 그 동안 다녀온 곳을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블로그에 검색해보니 이 사찰들이 없어서 방문하지 않은 줄 알고 왔는데 와 보니 과거에 왔던 곳이다. 당시에 사진을 찍지 않았었나 보다. 이제는 나의 기억을 믿을 수 없어서 다녀 온 것은 꼭 사진을 찍어야 한다. 

 

정말 오랜만에 산을 걸었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 자꾸만 산속 걷기가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 전에는 북한산도 갔는데 이제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동생과 함께 점심을 먹고 남한산성을 걸으니 옛날 생각이 나서 감회가 새롭다. 결혼 하기 전에는 친했지만 결혼 후 각자의 삶으로 멀어졌고 나는 또 투병 생활을 했다. 그래도 이렇게 같이 걸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자매란 고마운 존재이다. 

언니나 동생들을 만나면 나는 자꾸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친정을 떠난 후의 삶을 건너 뛰고 활기차고 희망적이었던 젊은 시절로 자꾸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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