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 지나고 네자매가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살면서 네자매만 여행을 다녀 온 것은 처음이었다.
어릴 때는 부모님과 함께 다녔고 한 명씩 결혼을 할 때마다 함께 여행하는 이들의 숫자가 줄었었다.
각자 결혼 후에는 제 식구들과 함께 여행하기도 벅찼다.
이제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으니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언니의 은퇴와 형부의 사망이다. 한달 간격으로 배우자의 사망과 은퇴를 경험한 언니의 심정은 어떨까? 은퇴는 이미 계획된 것이었지만 건강했던 형부의 죽음은 정말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지탱하던 기둥 두 개가 한꺼번에 날아 간 것이다.
자매란 그런 것이다.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했지만 만나면 시간의 간극없이 10대처럼 웃고 떠들 수 있는 사이......
각자의 문제점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함께 여행하는 동안 신나게 놀 수 있는 사이....
사실 우리 나이대의 여자들에게 가족과의 여행이란 또 하나의 노역일 뿐이다. 남편과 아이들을 챙겨야하기 때문이다.
자매들끼리니 리조트에 머물렀지만 음식은 다 사먹었다. 저녁은 굶었다.(저녁 먹자는 사람은 역적이다. ㅋ) 나이들이 들어서 저녁까지 먹으면 소화도 되지 않았다. 밥 차려 달라는 사람들이 없는 것, 집 안 일에서 잠시 해방되는 것, 여자들에게는 그것이 진정한 여행의 의미이다. 저녁에 식사 준비 걱정하지 않으니 정말로 시간이 남아 돌았다. 베이지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떠들었다. 이번에 차준환 선수에게 입덕하고 그 엄마가 정말 부러웠다.
언니들은 백수이사(?)이고 대기업 부장인 막내가 운전을 했다. 막내는 정말 영원한 막내이다!!!! 얘도 회사에서는 목에 힘주는 지위 일텐데.... 편의점 심부름까지.......
겨울에 영하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나는 투병 기간인 지난 10년간 겨울 시즌에 제주도에 여러 번 가서 서귀포쪽은 잘 알고 있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열심히 가이드했다. 도중에 넘어져서 많이 걷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번에 버스로 가지 못하는 중산간 지역도 많이 갔다. 나는 혼자 다닐 때는 주로 버스를 이용하곤 했었다.
제주도에 이상한 이름 붙은 박물관도 많지만 우리는 주로 '지질과 숲여행'을 했다. 용머리 해안, 산방산, 송악산, 주상절리, 쇠소깍,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치유의 숲, 오설록 뮤지엄 등등(입장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 방문한 곳 중 비싼 입장료 내는 곳은 본태박물관 뿐이었다. 나는 용머리 해안은 정말 여러 번 갔다. 정말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지질 구조이다. 한국의 그랜드 캐넌같다. 바람의 힘, 파도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아이들은 제주도에 오면 여러 흥미로운 박물관에 가고 싶어하지만 제주도의 보물은 역시 내륙과 다른 지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돈으로 만들 수 없는 시간의 무게를 느끼는 곳이다. 2020년 12월에 오고 거의 1년 넘어 왔는데 그동안 또 바뀐 곳이 많이 있다. 심지어 박물관 중에 건물은 그대로인데 페인트 다시 칠하고 이름만 바뀐 박물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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