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투병생활

체온을 유지하자.

stayalive1 2020. 3. 14. 11:25

암환자에게는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1. 체온을 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걷기와 스트레칭

    우리 신체에는 '항상성'이라는 기능이 있어 외부 기온이 변할 때에도 체온을 유지하도록한다. 그래서 인간은 상온동물이다. 반면 파충류들은 외부 기온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데 암환자가 되면 내 자신이 변온 동물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즉 외부기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 몸이 공장이라면 공장에서 불 때는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계속 움직일 때는 쉽게 체온이 올라 갔다가 가만히 있으면 확 떨어지며 갑자기 추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집 안에 있을 때라도 옷을 두껍게 있고 있어야 한다. 가만히 있을 때라도 땀나기 직전 정도의 체온을 유지하도록 한다.

   따라서 집에서 가만히 있을 때, 움직이며 집안 일 할 때 부지런히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여야 한다.

   야외에서 걸을 때는 나가기 전에 반드시 그날의 기온을 확인해야 한다. 고도가 높은 곳은 평지보다 기온이 더 낮다는 것을 명심한다.

   또 걸을 때는 쉽게 땀이 나다가도 중간에 좀 쉬게되면 금방이 체온이 내려가 등덜미가 서늘해진다.

   따라서 걷기를 할 때는 여분의 바람막이 옷을 가지고 가서 쉴 때는 비록 땀이 나 있더라도 반드시 여분의 옷을 입고 쉬어야 한다.

   산에서는 바람이 불기 때문에 체온이 금방 떨어진다. 가을에 단풍 구경 갈 때는 얇은 바람막이옷를  두 개 정도 가지고 간다.

   나는 봄, 여름, 가을에는 근처 야산에 가서 한시간 걷고 한시간 정도 독서를 하고 오는데 봄, 가을에는 여분의 옷이나 무릎 담요 등을 가지고 가서 덮고 있거나 일부러 양지에서 얼굴만 가리고 있는다.

 

   또 특정 요가 자세를 하면 순간적으로 체온이 올라가기도 한다. 사람마다 자신의 신체에 따라 그 자세가 다를 수 있다.

  요가하면서 체온이 순식간에 올라가는 자세를 관찰하고 급하면 그 자세만 하기도 한다.

내 경우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꾸준히 요가를 해서 몸이 좀 풀렸는지 가부좌 자세를 하면 체온이 좀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제일 빠른 자세는 태양 숭배자세이지만 기운 없으면 이 자세를 하기 힘들다. 

 

2. 여름에 에어콘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한 여름에 너무 더우면 그것도 체력을 지치게 하는 요인이 되는데 그렇다고 에어콘을 켜는 것은 금물이다.

    너무 더우면 미리 에어콘을 켜 놨다가 실내 온도가 내려 가면 에어콘 끄고 그 방에 들어가는 것은 괜찮다.

    직접적으로 쐬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

    어쩔 수 없이 여름에  카페나 식당에 가게 되면 에어콘에서 제일 먼 자리에 앉거나 식당인 경우 룸에 들어 가면 에어콘 조절을 할 수 있다.

    또 항상 마스크를 들고 다니며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쓴다.

    여름에도 얇은 잠바나 외투를 항상 들고 다니면서 실내에 들어 갔을 때는 입어 주는 것이 좋다.

    여름이라도 산에 가서 높은 곳에 올라가면 좀 시원하다.

    어느 여름 오대산이 간 적이 있었는데 버스 종점에서 내리니 해발 900M여서 서울은 34도를 웃도는데 거기는 26도 정도 되었다.

    여름에 지하철, 버스를 타면 에어콘이 많이 나온다. 또 기차나 승용차 여행을 할 경우에도 에어콘 바람을 많이 맞는데 나 춥다고 에어콘을 끄기가 힘들다. 나는 예전에는 셔츠하나를 더 입는 방식을 택했는데 최근에는 아예 얇은 오리털 잠바를 들고 다닌다. 10분이상 지하철, 버스, 승용차, KTX 탈 때 얇은 오리털 잠바를 입으면 정말 따뜻하고 피곤하지 않다. 마스크는 당연히 써야 한다. 남보기 민망하지만 지금 남 시선을 의식할 때가 아니다. 

3. 일단 절대로 냉장고에 있던 음식이나 물을 바로 마시지 말고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음식과 물을 마셔야 한다.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괜찮지만 한여름에도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쉽지는 않다.

    제일 실수하는 부분이 여름에 덥다고 에어콘 나오는 식당에서 냉면 먹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가 폐렴 걸린 분을 본 적이 있다.

    정말 찬물을 마시고 싶으면 여름에 밖에서 걸으면서 찬물을 마시는 것은 괜찮다. 어느 정도 체온이 유지 된다.

    과일도 하루에 먹을 양 만큼 냉장고 밖에 꺼내 놓았다가 먹는다.

 

4. 잘 때는 이불을 걷어차지 않도록 한다.

   조용히 자는 사람들은 상관없지만 나처럼 걷어 차며 자는 사람들은 밤에 아무리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자도 걷어차면 소용이 없다.

   아주 뚜꺼운 옷(상의는 파카, 하의는 솜누빔 바지)를 입고 자거나 아니면 등산 배낭 속에 들어가 자는 방법이 있다.( 내 침대 위에서 노숙하는 모양새이다.)

   등산 배낭 중에 몸을 움직일수 없을 정도로 꽉 끼는 것보다는 공간이 넓어서 어느 정도 움직임을 허용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좀 넓은 이불을 사서 반으로 잡고 꿰매여서 그 속에 들어 가 잔다. 

 

5. 덧버선 또는 양말을 항상 신고 있자.

  나는 발병하기 전에도 손과 발이 찬 편이었다. 혈액 순환이 잘 안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환자들 중에는 손과 발이 찬 사람들이 많다.

  항암제를 쓰면 손과 발이 더 차지는데 어떤 경우에는 양말을 신어도 발이 시려운 경우가 있다.

  정말 여러 종류의 덧버선을 신어 보았는데 잠수복 천으로 만든 '발열 덧버선'이  나에게는 제일 좋았다.

  그 중에서도 발목까지 덮어주는 형태가 좋다. 이 덧버선은 다른 것보다 탄력성이 적어 발가락 쪽이 답답한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가위로 엄지

  발가락 부위를 자르고 신으면 된다.  또 너무 발에서 땀이 나면 조금씩 가위로 구멍을 뚫어 주면 된다.

  약간의 방수 기능이 있어서 물에 약간 젖어도 괜찮다. 주방에서 일해야 하는 여자들에게 적당하다. 옥션에서 판다.

 

6. 목폴라를 입자.

 환자들은 아무리 여름이라도 목을 훤히 들어내는 옷을 입으면 안된다. 답답하면 얇은 반폴라 옷을 입어야 하고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에는 늘 목

  폴라를 입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목폴라를 입고 집 안에서라도 왔다갔다 일을 하면 체온이 금방 올라 가서 답답해지는데 그 때 옷을 자주 갈아 입기도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겨울에는 '가짜 목폴라'를 이용한다. 가만히 누워 있을 때나 잘 때는 입고 있다가 일 해서 더우면 쉽게 벗을 수 있다.

  세네개 사면 편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암환자가 아니더라도 목감기 걸렸을 때 유용하다. 옥션에서 판다.

 

7. 족욕, 반신욕

   아주 더운 여름만 빼고 족욕과 반신욕은 체온을 올리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문제는 누가 준비해 주지 않은면 귀찮다는 것.

   요즘 족욕기는 바퀴도 달리고 손잡이도 있어서 물을 담고 끌고 갈 수 있는 제품들이 많다.

  무거운 데 들고 가지 않아 좋다. 족욕하면서 TV 보면 좋다.

   또 반신욕은 옷 벗고 들어 가서 좁은 공간에 있다가 또 머리 감고 비누칠 까지 하고 나올 생각을 하면 하기 전에도 힘들어서 좋다는 것은 알지만 잘 하지 않게 된다. 환자들은 반신욕을 할 때는 비누칠이나 머리 감지 말고 그냥 들어갔다가 나와서 물기만 닦고 옷을 입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비누칠 하고 머리 감는 것은 환자들에게 '힘든 일'이고 항암 환자들은 피부가 예민해서 자주 비누칠을 하면 피부가 건조해 진다.

   반신욕 할 때는 스마트폰을 들고 가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 답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항암 치료를 하면서 부작용으로 피부 트러블이 생기거나 발톱 주위에 염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반신욕을 하면 더 심해진다.

   전신적인 피부 트러블인 경우는 반신욕을 하지 말고 발톱 주변 염증인 경우에는 목욕용 발가락 고무를 사용하면 된다. 약국에서 판다.

   발톱 주변 염증인 경우 식초 찜질을 하면 좀 좋아지는데 반신욕할 때 발가락 고무 안에 식초를 넣고 발가락에 끼우면 방수와 찜질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반신욕 할 때는 심박수가 급격히 오를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이 있는 분은 주의해야 한다. 처음부터 너무 놓은 온도에서 오래 있지 말고 조금씩 시간을 늘인다.

   요즘에는 건식 반신욕기도 나온다.  좁은 욕탕이 답답해서 오래 앉아 있기 힘든 분들에게 좋다. 반신욕하면서 TV을 보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다. 좌욕 가운을 사서 입고 하면 금방 땀이 나서 좋다. 요즘에는 좌욕 가운 중에 팔이 밖으로 나오게 하는 디자인이 있어 컴퓨터나 스마트폰 쓰기에 좋다. 반신욕기 중에는 움직일 수 있는 등받침이 있는 반신욕기가 편하다.

 

8. 체온을 올려 준다는 먹는 것들.

   암환자가 되면 갑자기 많은 '먹는 것'들에 노출 된다. 그 중에는 체온을 올려 준다는 것들도 많은데 나는 먹어서 체온을 올려주는 것들에 대해서는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간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포독성항암제 할 때는 말고 간에 부담이 적은 표적 치료제를 먹을 때는 홍삼 종류를 꾸준히 먹으니 체온이 좀 올라가는 느낌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들은 홍삼조차도 권하지 않지만 혈액 수치를 관찰하면서  표적 치료제를 복용할 때는 괜찮은 것 같다.

 

9. 차마시기

   겨울에 밖에 나갔다가 들어 오면 체온이 죽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때는 반신욕을 하거나 찜질을 하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면 좋다.

   너무 뜨겁지 않고 따뜻하게 마시는것이 좋은데 보통 어떤 차를 마셔야 할지 고민이 된다.

   커피 같은 것은 피하고 생강차, 대추차가 좋은데 세포독성 항암중이고 혈액 수치가 좋지 않다면 그냥 숭늉이을 데워서 마시거나 우엉차를 마신다.

   시원한 맹물은 마실 수 있지만 따뜻한 맹물을 마시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향이 가미된 차를 마시게 되는데 무슨 차를 마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의사들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따뜻한 맹물도 그냥 마실 수 있는 습관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 때문에 겁이 나서 생강과 대추를 섞어 슬로우 쿠커에 끓여 먹으니 체온을 올리는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10. 가습기와 습도계

    우리나라는 겨울에 습도가 매우 내려가는데 특히 아파트 거주자들은 심하다.

    특히 나처럼 폐암 환자는 습도에 예민해서 가습기와 습도계는 필수품이다.

    그런데 흔한 초음파용 가습기는 실내온도를 내리는 효과가 있고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세균이 번식하기도 한다.

    그래서 환자들은 가열식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간단하게 물을 끓이는 기능이니 세균 번식 염려도 적고 실내 온도를 낮추지 않는다.

     단점은 잘 망가지고 전기세가 초음파식보다는 좀 더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은 초음파식보다는 싸다.

 

11. 고주파 온열치료(매우 개인적인적인 의견입니다.)

  환자들이 요양원에 가면 이것저것 좋다는 치료를 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고주파온열치료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런 치료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치료를 해서 좋아졌다는 분들보다는 힘들어졌다는 분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사이버 나이프처럼 국소적으로 암종양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걸 사용하면 종양 뿐만 아니라 주위 건전한 조직까지 영향을 받을 것 같다.  그리고 치료를 받는 짧은 시간에만 가열해주는 것보다는 평소에 늘 따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고주파 치료 받으면서 평소에는 파인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2. 체온 유지 방법을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분들이 발병하기 전에 더위를 많이 탔던 분들이다.

   나 같이 원래 추위를 잘 탓던 사람들은 조금 더 따뜻하게 하면 된다. 목폴라 또는 목도리을 하거나 양말 또는 덧신을 신는 것에 심리적 저항이 별로 없다.

  그런데 평소 더위를 많이 탓던 분들은 목도리를 하거나 양말을 늘 신는 것을 힘들어 한다. 조금이라도 답답한 것을 참지 못한다.

 물론 땀이 났다가 식으면 체온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땀이 뻘뻘 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약간 답답한 정도, 땀이 나기 직전의 상태를 유지하여야 하는데 그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본인이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옛 습관의 기억일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 내 몸의 상태. 본인의 옛 습관들에 집착하지 말고 체온을 유지하여야 한다.

 

산에 갔다가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시원하다'라고 느끼는 것은 환자에게 사치다. 시원하기 전에 얼른 웃옷을 하나 걸쳐야 한다.

 

13. 겨울에 추운데서 걷지 말자.

 암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명제는 '체온 올리기'와 '걷기'이다.  겨울에 걷는다고 추운 날씨에 걷다가는 체온이 내려 간다.

특히 폐암 환자에게는 치명적인다. 코에서 폐까지 20cm도 되지 않는다. 추운 공기가 바로 폐에 전달되는 것이다. 몸은 옷을 많이 입어 땀이 나지만 폐는 춥다. 

나는 사이버 나이프 치료 후에는 영상 5도 이하에서는 10분 이상 걷지 않는다. 영상 5도-8도 사이인 경우에는 발열 조끼 입거나 발열 파스를  가슴쪽에 붙여 폐를 데우면서 걷는다. 

 

추운 겨울에는 공기가 좋은 실내에서 걷는다. 나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주로 간다. 미세먼지와 향수 냄새가 풍기는 백화점에는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