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갓난 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갓난 아이에게 엄마가 기대하는 것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삶의 활동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암 환자가 되어 느꼈다. 내 스스로 갓난 아이가 된 내 육체를 보살펴야 되는 것이다.
암환자가 되면 병원에서의 치료 말고 요양병원이나 여러 곳에서 다양한 보조 요법이 등장한다.
어떤 것을 선택할 지 고민이 되는데 그 어떤 방법이라도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걷는 것'을 방해하는 요법을 선택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암환자의 돈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을 선택해서 돈만 잃으면 다행이다. 대부분 몸이 더 나빠지고 회복불능의 상태로 가기도 한다. 특히 4기 암환자는 회복 기회가 많지 않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잘 먹기
: 먹지 않으면 죽는다!!!!!! 어떤 상황이라도 체중이 줄면 더 먹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환자들에게는 쉽지 않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먹는다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인지 처음 겪었다.
나는 비교적 소화기가 좋은 사람이었다. 남편과 횟집에 가서 상한 것을 먹고 남편이 설사를 해도 나는 방귀 한번 정도 뀌면 지난 갈 정도였다.
심지어 임신을했을 때도 헛구역질을 딱 한번씩 했었다.
그러나 세포독성 항암하며 나는 아주 예민한 임신부가 되었다.
음식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하고 토하고 일단 식욕이 완전히 없어지기도 했었다.
패혈증을 알아 항생제를 무지막지 하게 쓴 다음에는 음식을 목구멍에서 넘길 수가 없었다.
옛 할머니들이 음식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해를 하지 못했는데 그제야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래도 먹어야 한다.
먹지 않는다면 살 수 없다. 먹지 않고 살겠다는 것은 자동차가 연료없이 달린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무엇을 먹는냐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포독성 항암치료기에는 먹기 힘들기 때문에 그 시기에 얼마나 먹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1. 병원에서 알려주는 환자식을 기본으로 먹는다. 다양하게 먹는다. 항상 기본 체중을 유지할 정도로 먹는다.
환자들 중 본인은 많이 먹는다고 하지만 그건 주관적인 생각이고 체중이 줄고 있으면 더 먹어야 한다.
그리고 암 환자는 좀 통통하다고 느낄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투병 기간 중에 폐렴, 패혈증 등 다양한 심각한 병을 앓기도 하는데
이런 병을 한 번 거칠 때마다 체중이 5kg 정도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비상 시를 대비해서 약간 통통한(너무 뚱뚱하면 안된다.) 것이 오래 생존 하는 방법이다.
특히 언제 항암이 끝날지 모른는 4기 환자들에게는 정말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당뇨병 환자식처럼 먹으면 좋다. 즉 먹어서 즉각적으로 혈당을 높이지 않는 음식을 먹는다.
정제를 많이 한 곡식보다는 통곡식(흰쌀보다는 현미, 귀리, 보리)를 먹고 야채, 과일, 견과류을 많이 먹는다.
모든 인스턴트 음식 금지(라면, 가공육, 과자, 조리식, 음료수, 캔에 든 음식 등-편의점에 파는 것 중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뿐).
유기농으로 먹으면 더 좋다.
커피 금지(위장을 자극하고 그렇지 않아도 불면증이 있는 환자에게 불면증 가중 시킴)
태운 음식 먹지 않는다.
육류는 수육이 제일 좋고 기름기를 제거해야 한다.
또 세포독성항암제를 하는 동안에는 육류는 익힌 것을 먹어야 한다. 회,게장, 젓갈 종류 금지.
병원에서는 과식, 편식, 빨리 먹지 말라고 하는데 과식은 어차피 세포독성항암 들어가면 과식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항암을 쉬는 시기라도 과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점점 소화기가 나빠지기 때문에 많이 먹고 후회하는 일이 많아 진다. 체력 회복하겠다고 많이 먹고 더 고생한다.
그리고 빨리먹기는 좀 고쳐야 한다. 나는 병나기 전에는 빨리 먹는 편이었다.
병이 나서도 옛 습관대로 빨리 먹다가 힘들어진 경우가 많았다. 빨리 먹기가 고치기가 어려운 습관이지만 고쳐야 한다.
세포독성 항암치료 시작하면 당연히 육류는 익혀 먹는데 채소는 그냥 먹는다. 그러나 항암치료의 횟수가 증가하다보면 소화기가 약해져서 채소도 익혀 먹어야 하는 시기가 온다. 즉 어느 날 샐러드 먹고 설사하는 날이 온다.
이런 경우 나물을 데쳐 먹는다.
나중에는 익힌 음식이라도 냉장고에 오래 있던 것들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본인의 상태를 잘 관찰하고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
2. 걷기는 좋은 식욕 촉진제이다.
정말 입맛이 없을 때는 식사전 15분 정도 걸어 주면 배가 고파지기도 한다.
식사를 하고 또 걸어주면 소화가 촉진 된다. 항암 받고 며칠은 소화제를 쓰기도 하지만 가급적 본인의 운동으로 소화 시키는 방법을 쓴다.
그런데 너무 먹지 못해 체력이 바닥이 되면 걷는 것초차 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체력을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체력이 바닥이 되기 전에 부지런히 걸어서 먹고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3. 억지로라도 먹는 방법 :
음식을 정말 먹기 힘들면 미숫가루라도 물에 타서 마시면 좋다.
또 라면이나 짜장면도 금지하지만 며칠 째 먹지 못했으면 이거라도 넘어가면 조금 먹는다.
하루가아니라 며칠 째 먹지 못했다면 금지 음식이라도 먹어서 일단 살아야 한다.
정상인은 며칠 안 먹어도 버티지만 환자는 먹지 못해 체력이 떨어지면 그것을 다시 끌어 올리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금지 음식이라도 먹어 체력을 지탱해야 한다.
심리적으로 먹기 힘들면 TV의 먹방을 보면서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먹는 방법도 있다.
나는 정말 먹기 싫어서 울면서 죽을 천천히 넘긴 적도 있다.
환자식은 대체로 소금도 많이 넣지 않고 고춧가루를 제한하기 때문에 맹맹하다.
풍미가 강한 음식들을 즐겼던 분들은 더 먹기 힘들어 한다.
이런 경우 카레나 감식초, 짜장(집에서 만든)으로 맛을 돋구기도 한다.
4, 강력한 표적 치료제를 쓴 경우 입안이 헐어서 아파서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나는 알로에(생알로에)를 옥션에서 사서 과일처럼 깍아서 입에 물고 있으니 좀 진정이 되었다.
알로에도 효과가 없는 경우 입안에 뿌리는 마취제(병원에 가야함)를 뿌리고 식사를 하시는 분도 보았다.
'헥사메딘' 이라는 구강 소독제(약국에서 구입)가 있는데 이걸로 가글을 하면 예민한 것이 좀 가라앉는데 이것은 미각을 변화 시키기도 해서 싫어 하시는 분도 있다. 그러나 일단 통증은 가시니 나는 이것도 많이 사용하였다.
헥사메딘은 잇몸 나쁜 분이 사용하면 좋다. 항암하면서 기존 잇몸병 환자는 상태가 더 악화 된다.
항암 중에는 대부분 입 안이 마르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약 먹다가는 약이 목구멍에 붙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나는 이걸로 응급실에도 갔었다. 과거에 겨울만 되면 할머니들이 찹쌀떡 먹다가 질식사 했다는 기사가 가끔 나기도 했는데 이런 일은 항암 환자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항상 무엇을 먹기 전에는 물로 목을 축인 후에 먹어야 한다.
표적 치료제의 부작용 중 설사가 있는데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심하면 설사 때문에 (심한 체중저하)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표적 치료제를 처음 먹을 때 설사를 유발 할 수 있는 고춧가루나 녹즙은 조심해서 관찰하며 먹는다.
매운 것을 먹은 경우 설사를 하면 매운 것은 끊으면 회복되는데 표적 치료제를 계속 복용하는 중에는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조심하는 것이 좋다.
5. 각종 좋다는 보조 식품에 대한 단상(매우 개인적인 의견)
나는 암에 좋다는 음식을 일부러 찾아 먹는 편은 아니다. 목표는 다양하게 먹는 것.
또 가공 식품보다는 그냥 음식으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 식품 중에 그래도 많은 의사들이 항암식품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마늘' 이것은 초마늘을 만들어 먹는다. 이것 만드는 방법은 인터넷에 있다. 그러나 생마늘보다는 초마늘이 소화기 자극이 적고 먹기 쉽지만 그래도 소화기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강력한 항암제를 쓸 때는 조심한다.
견과류나 블루베리는 약이 아닌 음식이니 조금씩 먹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면역을 키워 준다는 여러 약재는 먹지 않는다.
세포독성 항암제 말고 표적 치료제를 하는 동안에 혈액수치를 관찰하면서 '홍삼 제품'은 좀 먹었다. 체온을 올려주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
종합 비타민, 유산균, 다양한 견과류는 먹는다. 어떤 종류를 먹을 것인가는 환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복합비타민도 한가지만 먹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브랜드의 비타민을 돌려 가며 먹는다. 유산균도 다른 환자분이 권유한 것이 나에게도 딱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양한 유산균을 먹어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6. 영양죽을 시도해 본다.
암환자들은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린다. 또 먹으면 좋다는 각종 식품들도 많다.
그걸 매일 먹어야 한다는 것도 스트레스이다.
강력한 항암제나 항생제를 쓰고 나서는 음식을 넘기기가 힘들기도 한다.
또 요양병원에 있으면 알아서 식단을 짜 주지만 나처럼 집에서 투병하는 사람은 스스로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다.
집안 식구들 음식도 만들어야 하고 나 먹자고 환자식을 따로 준비하기란 너무 힘든 일이다.
어느 날 패혈증을 앓고 퇴원해서 집에 있는 정말 아무것도 넘어 가지 않았다.
겨우 넘길 수 있는 것은 삶은 국수를 참기름에 묻힌 것이었다. 국수는 금지 음식이지만 그것만 넘어 갔다.
그렇게 두 번 먹고 이렇게 먹다가는 죽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친정아버지께서 노환으로 투병하실 때 드시던 영양죽이다.
젊을 때부터 소화기가 나쁘시던 친정아버지는 노년 말기에는 죽만 드셨다. 흰죽만 먹다가 영양실조에 걸려 입원까지 하시고 고생하신 후 그 다음부터는 다양한 재료로 끓인 영앙죽을 조금씩 하루에 6번 정도 드시고 기력을 차리셨다. 동생에게 부탁해서 영양죽을 먹으니 나도 기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몇년 동안 아침은 영양죽을 먹는다.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했고 아직도 표적치료제를 먹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소화가 잘 되지 않는데 아침에 죽을 먹으면 좀 편하다.
아침은 영양죽, 점심은 일반식, 저녁은 가볍게 먹는다. 이런 식으로 해서 열심히 운동하는데도 체중이 줄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 영양죽 만들기
보리, 귀리, 검은콩, 약콩, 렌틸콩, 헴프씨앗, 단호박, 무우, 양배추, 표고버섯, 당근, 각종 견과류, 도라지 가루,
곤드레 나물 가루, 브로콜리, 기름기 없는 갈은 쇠고기
쌀은 점심 때 먹으므로 넣지 않는다. 그 밖에 때에 따라 집 안에 있는데 먹기 힘든 것들을 넣는다.
무엇을 넣을 지는 크게 상관없다. 여러 가지를 넣는 것이 중요. 먹어야 하는데 넘어 가지 않는 음식을 넣으면 된다.
단 바나나는 넣지 않는다. 어느 때 바나나가 너무 많아 넣었다가 향 때문에 고생했다.
냉장고에 굴러 다는 재료를 넣으면 된다.
또 몸에 좋다는 신상(잡곡, 견과류, 요즘에는 남아프리카, 남태평양에서 나는 이름도 생소한 건강 식품이 많이
있다. 가공된 것은 사지 않지만 가공되지 않은 것들은 한번씩 사서 죽에 넣는다. 요즘에는 콩도 국제적으로 너무
다양하다.)
방법:
1) 보리, 귀리, 콩 종류는 미리 불려 놓는다. 콩이 주 재료이다.
2) 죽을 젓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압력 솥으로 보리, 귀리, 콩을 익힌다.
3) 각종 야채는 큰 솥에 물을 적당히 붓고 크게 크게 잘라서 끓인다.
4) 끓인 야채물이 식으면 그 물로 모두 믹서기로 갈아 다시 끓인다.
다 미리 익힌 것이기 때문에 죽을 젓는 시간이 줄어든다. 죽을 젓는 것이 환자들에게는 쉬운 것이 아니다.
믹서기는 10만원 정도하는 큰 용량의 믹서기를 사용한다.
5) 어느 정도 식으면 비닐 봉지에 하루 먹을 양 만큼 나누어서 냉동 시킨다.
죽은 당연히 조금씩 끓여서 바로바로 먹는 것이 맛있고 좋지만 현실적으로 스스로 끓여 먹어야 하는 환자들은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없다.
나는 한 번에 한달치를 끓여 놓고 먹는다. 너무 힘들었을 때는 동생이 끓여다 주었고 어느 정도 회복 된 뒤에는
내가 하루 날 잡아 끓인다.
하루 고생하면 한달을 잘 살 수 있다. 맛도 끓일 때마다 넣은 재료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보기도 좀 그렇지만 영양
면에서는 확실하다.
어떤 때는 블루 베리도 넣는데 색깔이 검은색이 된다.
견과류는 그냥 먹어도 되지만 투병 생활을 오래하면 견과류도 씹는 것이 힘들어져 갈아서 죽에 넣는다.
이런 영양죽을 만들면 콩을 많이 먹을 수 있어 좋다.
밥맛 없고 밥차리기 싫은 날에는 하루에 두번 먹기도 한다. 넘기기 힘들면 물을 많이 타서 그냥 마시기도 한다.
그냥 약이라고 생각하고 넘긴다. 이거라도 먹지 않으면 죽는다.
영양죽은 심리적 안정 효과도 있다. 오늘도 '다양하게 먹었다.'라는 생각에 안심이 좀 된다.
매일 조금씩 죽을 끓일 경우 '한경희건강마스터'라는 죽끓이는 기계를 사용하면 좋다.
7. 고춧가루를 먹지 않는다. (김치 포함)
특히 세포독성 항암제를 시작하는 경우 고춧 가루는 끊어야 오래 버틴다.
암 1기,2기,3기는 수술후 세포독성 항암제를 많이 쓰는데 이런 경우에는 미리 횟수를 정해 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항암치료의 '끝'이 있다. 그래서 덜 조심해도 된다.
그래도 소화기가 약한 분들은 고춧가루를 끊고 시작해야 덜 고생한다.
암 4기인 경우 항암제를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오히려 오래 하는게 오래 사는 길일 수도 있다.
내성이 생기면 중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성이 생기기 전에 간에 손상이 가거나 소화기에 문제가 생기면 중단할수 밖에 없다.
내성이 생겨 중단하는 경우 내가 조심해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체질 그런거다.
그러나 간 손상이나 소화기 악화는 환자가 조심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항암제 외에는 간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모든 음식을 끊는 것이다.
심한 경우 모든 건강 식품과 복합비타민, 녹차, 홍삼까지 다 끊는다. 차는 숭늉으로 대체한다.
소화기를 보호하기 위한 첫번째 중요한 것은 모든 고춧가루를 끊는 것.
사용해서 소화기가 좋아지는 항암제는 세상에 없다.
모든 항암제(세포독성, 표적 포함)는 소화기를 망가뜨리는데 환자마다 차이는 크다.
발병 전 소화기가 좋지 않았던 분들은 알아서 처음부터 고춧가루를 끊는다.
그러나 소화기에 자신이 있던 분들은 그 충고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중에 횟수가 거듭되면서 힘들어 지는데 그 때 끊으면 늦는 경우가 있다. 소화기는 감각이 무뎌서 많이 망가진 후에 증상이 오기 때문이다.
보통 환자들은 '예전에는 이 정도 먹어도 괜찮았는데'하고 생각하는데 세포독성항암제를 치료 중인 환자는 신체 조건이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 정도로 생각하고 먹고 마시면 딱 좋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 고춧 가루를 주지는 않는다.
고춧가루를 끊는다는 것은 김치를 먹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부터 완전히 끊지 못하면 김치를 물에 씻어 먹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치료가 거듭되면서 소화기가 너덜너덜해지고 심하면 천공이 일어나기도 하니 정말 조심해야 한다.
천공이 일어나면 방법이 없다. 끝이다.
힘들게 치료를 받아서 조금씩 암이 잡혀가고 있는데 천공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한국인에게 김치를 끊는다는 것은 영양학적인 요소보다는 심리적인 거부감이 매우 크다.
어릴 때부터 먹었는데 먹지 말라고 하면 죽는 줄 아는데 18억 지구 위의 인구 중에 겨우 1억명만 김치를 먹는다.
김치 먹지 않아도 영양학적인 면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산균은 따로 먹으면 된다.
물김치나 백김치로 대체하면 좋다.
투병을 하다보면 여기저기 통증이 많이 생긴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암통증이다.
그러나 떡볶이 먹고 소화기가 거덜나서 생기는 통증도 있고 수술이나 방사선 자리에 유착이 생기거나 전이된 암때문에 장기가 유착되어 생기는 통증도 있다.
그래서 괜한 걱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화기나 유착에 생긴 통증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나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화기 관리는 고춧가루를 끊어서 하고 유착 통증은 스트레칭을 해서 괸리한다.
8. 소화하기 힘든 질긴 음식은 먹지 않거나 갈아서 먹는다.
항암을 오래하다가 어느 날 곱창을 먹고 급격히 나빠진 분을 본 적이 있다.
곱창은 건강한 사람이 먹어도 소화 하기 힘든 음식이다.
전복, 오징어, 문어는 다 좋은 음식이지만 세포독성항암환자들이 소화하기 힘들다.
믹서기에 곱게 갈아 죽에 넣어 먹으면 아주 좋다.
9. 고구마, 바나나 : 나의 최애 간식
고구마는 지난 7년 동안 지겹게 먹었다. 그래도 질리지 않는 간식이다.
옥션에서 박스채로 배달시키면 편하고 나는 호박고구마를 좋아한다.
많이 먹다보면 어떻게 먹는 것이 맛있고 편한가 고민하는데 나는 '에어프라이기'를 사용한다.
가장 편하고 맛있다. 씻어서 돌리기만 하면 된다. 추억의 군고구마 맛이 난다.
에어 프라이기는 여러 면에서 사용하기 편하다. 스테이크 구어서 먹기 편하다.
암환자들이 제일 많이 듣는 충고가 바나나 먹기이다. 그냥 노란 바나나가 아니라 겉이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
요즘에는 값싼 바나나 걸이가 많이 나오는데 그것을 사용하면 바나나가 물러지지 않고 전반적으로 잘 갈변한다.
10. 기운차리기 좋은 음식
정말 기운이 없을 때는 내가 해 먹을 수 없으니 식당에서 설렁탕, 도가니탕, 복국을 사다 먹었다.
국물이라도 마시면 좀 나은 것 같았다. 식당 가서 먹는 것은 신체적으로 힘들고 냄새 때문에 힘들고 한번에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으므로 사와서 집에서 여러 번 나누어 먹으면 좋다.
가끔 장어도 먹었지만 내가 많이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다.
어떤 분들은 개고기를 먹기도 하지만 나는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세포독성항암제 사용할 때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면 닭발탕을 끓여 먹기도 했다.
또 기운 차리기 좋은 음식은 꼭 단백질 많은, 영양가 높은 음식일 필요는 없다.
과일이라도 내가 먹어 행복하면 좋다. 단 어떤 표적치료제는 제한하는 음식이나 과일이 있다. 그건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인스턴트 식품의 유혹에는 빠져 들지 않도록 한다.
* 닭발탕 끓이기
1) 닭발은 가서 사오면 좋지만 시장 가기 힘들고 어디서 파는 지 모르므로 옥션에서 산다.
가락동 농수산시장에서 판다고 한다.
2) 일단 물로 깨끗이 씻고 (내가 주문했던 것들은 기본적으로 세척은 다 되어 있었다.)
우유 1000ml를 붓고 두세시간 담가 둔다.
우유에 모든 닭발이 잠겨야 한다. 냄새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3) 큰 솥에 물 넣고 닭발, 통마늘, 통양파를 넣고 끓인다.
나는 소금간을 싫어해서 그냥 끓였지만 나중에 어느 정도 끓은 다음 간을 해 주는 것이 좋다.
4) 끓이면 끓일 수록 색깔이 진해지며 먹기 전에는 식혀서 기름을 제거하고 먹는다.
5) 어떤 분들은 남은 고기는 뼈를 제거하고 다시 먹기도 하지만 나는 그냥 버렸다.
뼈를 제거하는 작업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오래 끓이면 고기가 맛도 없다.
11. 육식에 대하여
암환자 식이요법에서 육식을 금하는 경우도 많은데 나는 발병하기 전에는 거의 채식만 먹었다.
어떤 신념에 따른 행동은 아니고 육식을 하면 소화가 잘 안되었기 때문이다. 달걀조차 먹지 않았다.
따라서 내 발병의 원인 중에 육식 요소는 없다. 그래서 병이 난 후에는 힘들더라도 고기를 좀 먹으려고 노력한다.
생선과 달걀이라도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쇠고기는 가급적 호주산을 사서 갈아 먹는 방법을 택했다.
한우는 마블링이라는 것이 많은데 좋은 말로 마블링이지 그건 기름기다. 호주산 고기 중에 기름기 적은 것을 사서 집에서 작은 기름이라도 제거 하고 갈아서 동그랑땡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호주산을 먹는 이유는 방목소라서 스트레스 적을 것 같아 선택했다.
가끔 한우를 먹을 때는 에어프라이기에 구어서 스테이크처럼 먹는데 기름이 밑으로 빠져서 좀 나은 것 같다.
육식을 금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면역물질이나 면역세포의 기본은 단백질이고 동물성 단백질도 필요하다.
식물성 단백질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면역성을 높이는 기본적인 행위는 어느 정도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병원에서는 신환한테 환자식을 처음에 설명해주는데 나는 거기서 권고하는 동물성 단백질도 나에게는 좀 버거웠다.
발병 전 고기 회식을 많이 하던 췌장암 환자면 모를까 다른 환자들은 육식을 어느 정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세포독성 항암 치료기에는 좀 먹어주어야 버틴다.
12. 유기농음식에 대하여
당연히 환자는 유기농 음식을 먹으면 좋다.
그러나 너무 유기농에 집착하면 오히려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일단 유기농 재료를 사기도 힘들고 종류도 많지 않고 비싸다.
여자 환자들인 경우 유기농을 고집하면 본인이 음식을 만드는데 본인 것만 따로 만들면 두 번 일을 해야 하니 육체적으로 힘들고 온 집안 식구 음식을 유기농으로 하면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경제적으로 감당이 되면 유기농을 선택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너무 유기농에 집착하지 말고 다양한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13. 녹즙에 대하여
녹즙은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일반항암제를 하다보면 간에 무리도 많이 가고 소화기도 망가진다.
간수치를 잘 관찰하며 녹즙을 먹어야 한다.
또 세포독성 항암제를 진행하다보면 어느 순간 녹즙 때문에 설사가 나기도 하는데 그 때는 바로 끊고 숙채를 먹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망가진 소화기 때문에 모든 야채를 끓여서 갈아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14. 나의 최애 음식점 음식
비빔밥: 나에게는 완벽한 음식이다. 다만 주문시 고추가룻 묻은 생채를 넣는 경우 빼달라고 하고 고추장은 안 주어도 된다고 말한다.
된장찌개 : 언제 언디서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청국장 찌개 : 이걸 집에서 끓이다가는 냄새때문에 아예 밥을 먹지 못할 수도 있다. 청국장 찌개는 가끔 식당 가서 먹는다.
순두부 찌개 : 주문할 때 소금과 고추장, 고추를 넣지 말라고 부탁한다. 해물이 들어 가기 때문에 아주 싱겁지는 않다.
고등어 구이 : 생선 단백질을 먹으면서도 고추가루를 피할 수 있다.
음식점에 갈 때는 줄서서 기다리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손님이 있는 곳이 좋다. 손님이 있다는 것은 음식회전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 한산한 곳은 미리 준비한 음식들이 오래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정상인은 괜찮지만 환자들은 미리 만들어 놓은 샐러드 때문에 설사를 할 수도 있다.
15. 단식 요법에 대한 단상 ( 아주 개인적인 생각)
나는 한번도 단식을 해 본적이 없다.
그러나 단식을 해본 환자들을 많이 보았다.
단식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단식을 하고 상태가 좋아진 환자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
오히려 육식을 금하는 단식을 한 후에는 체중은 빠지는데 아무리 먹어도 체중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항암과 같이 단식을 해서 소화기를 아예 망가뜨리는 경우는 여러 번 보았다. 단식 후 단식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아예 소화시키지못해 죽도 먹지 못하는 환자를 여럿 보았다.
특히 장기간 항암제를 사용하여 바싹 마른 분이 단식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그리고 단식하면서 요양원이 만든 가루 같은 음식 만을 먹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다른 사람이 만든 가루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주 큰 대기업이 만든 것은 그래도 믿을 만하지만 작은 기업에서 만든 것은 신뢰하지 않는다.
소화가 안되어 가루 음식을 먹는 경우는 내가 말려서 갈거나 아니면 최소한 말린 것을 사서 내가 직접 간다.)
단식을 하는 이유가 독소를 빼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우리 몸 안의 독소는 그렇게 해서 빠진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음식(술, 인스턴트음식) 먹지 말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부지런히 운동해서 혈액을 순환시켜 몸 안의 곳곳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체질을 바꾸어준다는 말도 하는데 암은 오랜 기간 동안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서 생긴 병이다. 단 몇일, 몇 주일 단식한다고 해서 체질이 빨리 바뀌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단식을 선택하는 것은 각 환자의 선택이지만 다행히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하면 몸이 더 나빠지고 회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버드 의대 "한 개의 변이 세포가 수십 년 자라 암이 된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103057768Y
16. 세포독성항암제 투여시 먹기 힘들 때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대부분의 세포독성 항암제나 패혈증에 쓰는 항생제를 투여하면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물론 소화도 되지 않고 먹는 것 자체가 고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세포독성항암제를 여러번 쓰면 거의 누어서 숨만 쉬는 상태가 되고 정신도 망가진다. 인간 생존에 절대적인 조건이 영양분 섭취라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나의 신체 상태 때문에 먹지 않고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의 상태'까지 들어가는 것을 경험했다. 이 때 이성의 끈을 다시 붙잡고 약 먹듯이 음식을 먹어야 고비를 넘길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대부분의 보호자가 죽을 끓여주지만 환자는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 때문에 보호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따라서 죽을 끓일 때는 많이 끓이지 않는다. 환자가 먹지 않으면 보호자가 다 먹어야하기 때문이다. 본죽에서 사온 죽도 환자에게는 양이 너무 많다.
그 상황이면 환자 자신도 무엇을 먹고 싶은지 모르고 또 먹고 싶은 것들이 다 소화가 되지 않는 금지 음식인 경우가 많다.(매운것, 곱창, 치킨,등등)
이 상황에서 환자가 먹어서 영양을 섭취하고 소화기에 탈 나지 않는 음식은 딱 돌잡이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라고 생 각하면 된다.
이유식정도의 죽, 미숫가루, 캔에 들은 환자식, 슈퍼에서 파는 아이들 이유식도 먹어볼만 하다. 이유식은 양이 적은데 어차피 환자도 많이 먹지 못하고, 맛이 다양해서 시도해 볼만하다. 또 아이들이 먹는 분유도 먹을 수만 있다면 시도해 볼만하다. 어쨌든 영양가는 있다. 이유식이나 분유는 성인들에게 적당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지만 굶는 것 보다는 훨씬 좋다.
17. 세포독성항암제 투여하는 날 많이 먹지 않는다.
항암제를 쓰는 경우 확실히 소화기의 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항암제를 맞는 날에는 평소보다 좀 적게 먹는 것이 속이 편하다. 물론 항암제를 버티기 위해 맞기 전에 좀 잘 먹어 두어야 하지만 당일에는 줄여야 한다.
어느 땐가 항암제 맞기 직전에 입맛 땡긴다고 점심에 갈비탕을 다 먹고 (그 집에는 고기가 특히 많았다.) 오후에 항암제 맞고 소화가 되지 않아 3일 동안 정말 고생을 했다.
항암제 맞기 며칠 전에 미리 많이 먹고 당일에는 적게 먹어야 한다.
참고 동영상
암환자의 식사(허대석) https://www.youtube.com/watch?v=YDzqQiws8Yk
폐암치료시 증상별 영양관리(아산병원) https://www.youtube.com/watch?v=K7bf7YKdauw
암4기, 먹지 말아야 할것(김진목) https://www.youtube.com/watch?v=nyM6KFi1jkE
기름에 튀긴 음식, 소금에 절인 음식, 육가공제품, 과자류, 청량음료, 통조림, 설탕에 절인 과일, 냉동 간식류, 숯불구이류
암환자의 식사 8가지 질문(세브란스) https://www.youtube.com/watch?v=KJIHlxohoxs
세포독성을 시작하면 아무리 잘먹던 환자라도 거의 먹지 못한다.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럴 때 밥해주는 보호자는 너무 힘들다. 자신의 음식 솜씨가 없는가? 환자의 입맛을 알아채지 못하는 내가 멍청한가?
그건 보호자의 잘못이 아니다. 항암치료를 하면 백종원이 와도 어쩔 수 없다. 보호자 책임이 아니다.
음식을 마련했는데도 환자가 먹지 못해도 보호자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서로 오래 버티는 길이다.
항암치료란 환자와 보호자의 인내심 대회인 것이다. 한 숟가락이라도 먹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환자가 먹는 양과 보호자의 음식 솜씨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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