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투병생활

암환자 금지 행동

stayalive1 2020. 8. 26. 05:53

4기 환자들의 투병 생활을 보다보면 힘든 항암치료 견디다가 황당한 이유로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게 된다.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항암(특히 세포독성항암)을 하기 전의 내 신체와 항암 중의 내 신체는 다른 몸이라는 것을 가끔씩 잊기 때문이다.

내가 50대라도 항암을 하면 80대 노인의 몸이 된다. 80대 노인처럼 생활하면 많은 문제를 피해 갈 수 있다.

 4기 환자는 한번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 하나하나의 나의 운명을 좌우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늘 덫이 존재한다.  한번 실수하면 탈락하는 '오징어게임'과 같다.

 

1. 먹는 것 : 세포독성 항암을 시작하면, (특히 4기 환자들, 언제 끝날 지 모른다.) 소화기관과 간을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제일 좋은 것은 항암 시작하면 고추 가루가 들어 간 음식을 끊는 것이다.

세상에 사용해서 소화기관을 튼튼히 하는 항암제는 없다. 다 소화기관을 망가뜨리는데 환자가 자각했을 때는 이미 상당히 망가진 후이다. 그 때 고추가루를 끊는 것은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항암을 오래하면 장이 너덜너덜해져 천공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면 벙법이 없다.

 2,3기 환자들인 경우 수술하면서 수술 전 항암이나 수술 후 항암을 하는데 그 항암은 횟수가 정해져 있어서 4기 환자들보다는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평소 위가 약했던 분들은 조심해야 한다. 수술 후 쓰는 항생제도 항암제 못지 않게 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2. 간을 보호하자.

  세포독성 항암을 하면 당연히 간에 무리가 된다. 항암과 함께 각종 항암독을 빼준다는 보조 식품 또는 약품(보통 요양원에서 권한다.)을 함께 먹는 경우 간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처음에는 괜찮지만 횟수가 지나가며 간이 망가지므로 잘 관찰하여야 한다. 나는 세포독성항암제의 부작용인 오심, 구토 등도 약을 먹지 않고 걷기나 지압으로 버텼다.

나도 간이 망가져 6개월 간 항암을 끊은 적도 있었는데 그 때는 비타민도 끊고 차도 숭늉으로 마셨었다.

 

항암제를 사용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기는데 중요한 것은 항암제 투여 중단을 해야 하는 부작용이다. 간이 나빠지거나 체중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 신장이 나빠지는 것이 그런 부작용이다.  이런 부작용은 환자가 꼼수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부작용이 오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 발진, 손톱발톱 염증, 탈모 등은 환자가 이리저리 꼼수를 쓰며 버틸 수 있다. 의사도 이런 부작용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좀 애살이 있는 의사는 관리 잘하는 환자에게 물어 다른 환자에게 권고를 하지만 대부분 바쁜 종양내과의사들은 피부 트러블은 피부과로 보낸다. 그러면 피부과 의사는 '항암제 때문에 생긴 피부 부작용을 내가 어떻게 고쳐?' 이런 분위기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부작용은 약을 중단해야 하는 부작용이다. 나처럼 12년차 정도 되면 설사, 피부발진, 중이염, 위염 같은 것은 종양내과의사에게 하소연도 안하고 간단하게 사후보고만 한다.   피부 발진, 손톱발톱 염증, 탈모 등의 부작용 대처법은 카페에 물어보는 것이 좋다. 크게 내 체력을 해치지 않는 방법이라면 이리저리 시도해 보면 좋다. 

 

 

 

3.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약을 먹는 경우 물로 일단 입안을 적시고 약을 먹는다.

   예전에 겨울만 되면 할머니들이 인절미 먹다가 질식사 했다는 뉴스를 간간히 듣고는 했다.

   항암제(특히 표적항암제)로 점막이 건조해져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다. 

   나도 아침에 아무 생각없이 약 먹다가 목에 걸려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폐렴에 여러 번 걸리면 또 폐렴 올까 응급실로 가게 된다. 

   그리고 알약을 먹을 때도 한꺼번에 여러 약 먹다가는 목구멍에 걸릴 수 있다. 한개 한개 따로 먹는 것이 좋다. 

   폐암환자는 일단 점막이 건조하고 성대마비가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강할 때처럼 행동하면 안된다. 

 

4. 암이 뼈로 전이된 경우 골절 위험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암이 뼈로 전이되면 일반적으로 통증이 심해서 걷기가 힘들다. 이 때는 오히려 골절되지 않는다.

     아파서 모든 행동이 느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암제를 써서 좀 나아지면 통증이 사라진다.

    아플 때는 알아서 천천히 움직이지만 통증이 사라지면 옛날처럼 움직이다가 골절이 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없어졌다는 것은 암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뼈가 예전처럼 다시 튼튼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암이 있던 자리만큼 그냥 구멍은 남아 있다. 이 구멍이 언제 다 메워질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걸리는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항암제를 써서 좋아지는 순간에 골절이 되는 분들이 꽤 있다.

  

5.  바지를 입을 때도 옛날처럼 서서 입지 말고 앉아서  입는다.

    양말도 앉아서 신어야 한다.  신발 신을 때도 벽을 붙들고 신어야 한다. 체력이 많이 떨어지면 현관 앞에 작은 의자를 놓는 것도 좋다. 건강할 때 생각하고 서서 신다가 넘어져서 골절된 분도 봤다.

    세포독성항암제 중에는 근육을 다치게 하는 약들이 많아서 내 몸이 예전 처럼 움직이지 못한다.

    자주 넘어지면 심한 경우 지팡이를 짚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걸을 때 한발 한발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욕조에서 나올 때도 꼭 어딘가를 손으로 잡고 나와야 한다. 욕실에서 넘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

    나도 한번 욕조에서 크게 넘어진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골절은 면했지만 크게 멍이 들었다.

    신발도 미끌어지지 않도록 슬리퍼보다는 운동화를 평소에 신는 것이 좋다.

    여름에 비오는 날 슬리퍼 신고 병원가다 미끌어져 골반에 금간 환자도 보았다. 

    신체의 반사작용이 많이 훼손되므로 삐긋하면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쉽다.

    특히 비오는 날에는 바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걸어야 한다.  눈 온 날에는 아예 나가지 않는다.

    너무 자신의 신체 능력을 믿지 않는 것이 사는 길이다.

 

6. 운전하는 문제

  암환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힘들어 보통 보호자가 차로 데려다 주는 경우가 많은데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 운전해주는 보호자도 찾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몸이 좀 좋아지면(항암 쉬는 시기) 본인이 운전을 하기도 하는데 정말 조심해야 하고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괜찮다고 생각되지만 세포독성 항암제 중에는 근육을 다치게 하는 약이 많으므로 응급시 근육의 반응 속도가 평소보다 느려지므로 매우 조심해야 한다.

80대 기사님이 모는 택시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며 그것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

또 몸이 나빠져보면 운전이나 심지어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것도 매우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2시간 이상 차를 타야 하는 경우 버스를 타거나 기차를 탄다. 가장 좋은 것은 기차이다. 큰 차 일수록 스트레스가 적은 것 같다. 구경간다고 승용차 타고 여기저기 들리는 것도 큰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 느끼게 된다. 

그리고 특히 여름에는 에어콘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국내에서 멀리 여행갈 때는 한 방에 가는 승용차보다는 기차+버스+택시를 선호한다. 기차에서 내려 버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주변을 왔다갔다하며 신체를 활성화 시킨 다음 다시 버스를 타는 것이다. 예전에는 기차와 버스를 갈아탈 때 그 기다리는 시간이 짜증났지만 지금은 오히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으로 이용한다. 

 

7. 암환자의 시대는 항상 코로나 시대

나는 코로나가 오기 전에도 코로나 시대처럼 살았다.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고 (특히 실내 공간) 일년 내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겨울에는 찬공기 때문에 여름에는 자외선 때문에.

감기 걸린 사람 절대로 만나지 않았고 심지어 집 안에 감기 걸린 사람이 있는 사람은 본인이 자각 증상이 없어도 만나지 않았다. 무증상 전파자일 수 때문이다.

나처럼 퍠혈증 한번, 폐렴 두번, 간염 두번을 겪어보면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다.

 

8. 여름에 에어콘과 찬 음식은 금물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집에서는 에어콘을 틀지 않는다. 우리집은 거실에 에어콘을 키지 않고 방에 에어콘을 달아 더운 사람은 방에 들어가 있고 나는 더워도 땀을 흘리며 거실에서 버틴다.

정말 더우면 에어콘을 틀어 공기가 시원해 진 후 에어콘을 끄고 방에 들어 간다.

외부에 나갈 때는 내가 온도를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항상 여분의 잠바를 들고 나가 에어콘이 있는 실내에서는 옷을 두껍게 입고 있는다. 에어콘에서 먼 자리에 앉는다.

지하철을 탈 때는 꼭 후드 잠바를 입어 지하철 안에서는 위에서 내려 오는 에어콘 바람을 피하기 위해 후드를 쓰고 있었다.

또 지하철을 20분 이상 탈 경우 잠바를 하나 더 입는다.

여름에는 모자를 써서 밖에서는 햇빛을 피하고 실내에서는 에어콘을 피한다.

1시간 이상 KTX를 탈 때는 아예 얇은 오리털 잠바를 입고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는다.  그래도 체온이 떨어지는 듯 하면 기차와 기차  사이의 복도에서 서성이면 체온이 올라간다. 그곳에는 에어콘이 나오지 않는다. 

경험에 의하면 여행을 해서 피곤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에어콘 밑에서 있어서 힘든 경우가 많다. 

남들이 보면 이상하겠지만 남들에게 피해주는 것 아니니 상관없다. 

 

어쩔 수 없이 에어콘이 있는 실내에 있어야 하는 경우 계속 뜨거운 차를 마시거나 일이 끝난 후 땡볕을 좀 걸어서 체온을 빨리 올려 준다. 보온병에 뜨거운 차를 가져 간다.

또 여름에 어쩔 수 없이 카페에 갈 경우에는 창가에 앉는다. 요즘에는 유리벽 카페가 많기 때문에 창가에 앉으면 햇살이 들어와 실내의 다른 곳보다 온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제일 나쁜 조합 : 에어콘 심하게 튼 카페에서 냉커피나 빙수 먹는 경우.  절대 하면 안된다.

찬 음료수 먹고 싶은 경우에는 땡볕에서 걸으면서 마시면 어느 정도 체온 유지가 된다.

암환자에게는 시원한 찬 음료를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날이 1년에 며칠 되지 않는다. 

예전에 몸이 살짝 피곤한데 에어콘 빵빵한 레스토랑에서 점심먹고 패혈증까지 간 적이 있다.

물론 패혈증이 전적으로 에어콘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저 마지막 점을 찍었을 뿐.

 

9. 겨울을 무사히 보내기

많은 암환자들이 11월에는 잘 지내다가 2월 검사에서 암이 퍼지는 것을 경험한다. 나도 두 번이나 11월에는 유지하다 2월에 확산된 것을 경험하였다.  겨울을 잘 지내지 못한 것이다. 다른 분들도 2월에 나빠지는 것을 많이 경험하였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암 환자들이 항상 명심해야 할 명제가 '체온 올리기'와 '걷기'이다. 4기 환자는 평생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겨울은 외부 기온이 너무 낮은데 운동한다고 밖에 나가 걸었다가는  '체온 올리기' 명제에 반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암은 몰라도 폐암환자인 경우 추운데 나가면 그 추운 공기가 직접적으로 폐로 들어 간다. 아무리 옷을 많이 입어도 폐는 춥다. 코에서 폐까지 거리가 20 cm도 되지 않는 것이다. 0도의 기온에서 걸었다면 0도의 공기가 순식간에 폐에 닿는 것이다. 물론 중간에 온도를 올려주는 기전이 인체에 있고 폐조직은 다른 장기보다 낮은 기온에 적응되었다고 하지만 일단 폐암환자는 '폐의 온도' 올리기가 제일 중요하다. 

비싼 고주파온열치료 받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찬 공기에 노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폐 수술 직후 영상 7도 이하에서 외부 운동 하지 말라고 하는 의사도 있다.

수술 한 경우 수술이 끝나고 가래, 기침등 중상은 있지만 대부분 서서히 좋아진다.  물론 이 때 감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폐렴으로 가기도 한다. 그러나  수술한 계절이  겨울이었을 경우에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폐가 좋아하는 계절은 남들은 힘들어 하는 불쾌지수 놓은 고온다습한 계절이다. 

 

방사선 치료를 한 경우는 실수하기 쉽다. 치료가 끝난 직후는 좀 조심을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경우 방사선 치료후 3개월부터 방사선 폐렴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내 경우 9월에 사이버 나이프를 받았는데 그 해 12월, 다음해 1,2월은 정말 힘들었다.  숨이 차서 정말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은 늦게 오니 센 방사선 치료를 한 경우에는 6-8개월 정도 조심해서 다녀야 한다.  습도도 중요해서 나는 방사선 폐렴이 심할 때는 가열식 가습기 2개를 틀고 겨울을 난 적도 있다.  자고 일어나면 창문에 물방울이 주루룩 떨어지기도 했다. 겨울에는 가습기를 아무리 틀어도 찬 유리창에 수분이 부딪혀 액화되기 때문에 습도를 많이 올리기 쉽지는 않다. 초음파 가습기는 온도를 떨어뜨리고 감염에 취약하다. 특히 겨울에는 운동한다고 밖에서 걷다가는 심한 폐렴으로 가기 쉽다. 우리나라의 겨울은 저온건조이다. 낮은 온도도 문제지만 습도도 너무 낮다. 

겨울에는 습도계도 사용했는데 습도계의 위치는 침대 내 머리 위치에 놓는 것이 좋다. 습도계를 벽에 걸 경우 그 위치의 습도와 침대의 습도가 다른 경우도 있다. 겨울에는 높이에 따라 습도가 다르다.

 

나는 사이버 나이프 치료 후 영상 5도에서도 외부에 나가면 폐에 칼이 들어 오는 느낌이 들어온다. 

물론 택시 타려고 잠깐 노출되는 것은 괜찮지만 3-5분 이상 노출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7도에서 느낌이 왔는데 지금은 방사선 치료한지 몇 년되니 5도 정도로 적응이 되고 있다.

 

그러면 겨울에는 어떻게 걷기를 할까?

공기 좋은 실내를 찾아 걷기를 한다. 내가 시도해 본 곳 중에는 종합병원이 공기는 좋지만 사람은 많다. 병원에 가서 사람 없는 구간을 찾아 이리저리 다니면 좋다.  마스크 꼭 쓰고 가급적 내 손으로 병원의 물건을 만지지 않는다. 

또 좋은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입장료 없고 내가 가본 박물관, 미술관 중 가장 공기가 좋다. 새로 전시하는 미술 기획전은 가급적 가지 않는다. 밀폐된 공간에 디스플레이 하느라고 페인트를 써서 공기가 나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단 페이트 칠을 자주 하지 않고 중앙 광장에서 빙빙 돌며 걸어도 좋다.  겨울에는 사람도 적다. 가끔 나처럼 걸으러 오는 분들이 좀 있다. 

엄청난 미세먼지와 향수가 난무하는 백화점, 대형마트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가끔 실내 온실이 큰 곳이 있는데 나는 잘 가지 않는다. 그들이 나무에 어떤 농약을 쳤는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전화해서 물어보기도 애매하다). 생각보다 도심 근처의 공원에는 센 농약을 치는 곳이 있다. 실외는 그래도 빨리 날아가지만 실내는 그렇지 않다. 

 

요즘에는 사이버 나이프 치료한지 좀 되어서 영상 5도에는 발열조끼 있고 30분 정도는 걷는다.  30분 정도 공원에서 걷고 주변의 도서관이나 카페에 들어가 20분 이상 폐를 데운 뒤에 30분 정도 외부에서 걷고 집에 온다. 아니면 집에 있는 러닝 머신에서 걷는다. 도서관도 책이 있는 공간에는 오래 있지 않는다. 휴게실에 있다가 온다. 책이 내뿜는 냄새도 만만치 않다.  이 때도 후드가 있는 스키 마스크 쓰고 걷는다. 빨래 자주 하기 싫어 스키 마스크 안에 덴탈마스크 쓴다. 

 

집에서 러닝머신에서 걸을 때는 헬쓰클럽처럼 갤러시 탭을 높은 지지대에 놓고 유튜브보면서 걸으면 지루하지 않게 오래 걸을 수 있다. 지지대는 가급적 가장 긴 것을 선택한다. 짧아서 고개가 아래를 향한 자세로 오래 걸으면 목디스크에 좋지 않다. 지지대는 쿠팡에 여러 종류가 있다. 

 

영상 5도-영상 2도에서는 4분 이상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  이 경우 지하철역까지 뛰어서 갈수 있다.  겨울에는 좀 돌더라도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한다.  버스는 밖에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외출도 지하철과의 거리를 항상 계산해서 지하철역과 멀면 포기하거나 카카오 택시를 부른다. 그 이하의 날씨에는 아예 밖에 나가지 않는다.  반드시 가야하는 곳, 예를 들어 병원에 가야 하면 카카오택시 불러서 간다.  음식물 쓰레기정도만 스키마스크 쓰고 버린다.  노출 시간 3분 이내.

영하의 날씨에는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지 못한다. 베란다에 놓고 얼리거나 아이들에게 부탁한다. 

 

요즘은 모든 것이 배달되는 세상이라 이런 삶이 가능하다.  쿠팡, 쓱배송, 배민이 나의 간병인이다. 겨울에 밖에 나가지 않고도 생존 할 수 있다. 

 

10. 해외여행 조심하기

 

 1,2,3기 환자가 투병 생활을 마치고 시간이 지나면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또 4기 환자라도 표적치료제를 먹는 상황이면 활동하기에 문제가 없어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나는 지난 12년 동안 해외여행(유럽, 미국) 다녀와서 재발된 분들을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나 스스로는 해외여행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  대만에 너무 가고 싶은데 그 비행시간 4시간이 무서워서 못 가고 있다.

 

예전에 어떤  종양내과의사샘이 해외여행을 자제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멀리 갈 경우 시차적응이 인체에 큰 무리를 준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도 해외 다녀오면 시차 때문에 힘들어 한다. 또 기압의 변화도 폐암환자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비행기 내부는 매우 건조하다. 그 건조한 환경을 내가 콘트롤 할 수 없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좀 나을 것 같다. 

 

또 여름이면 기나긴 시간 동안 에어콘에 계속 노출되니 옷을 두껍게 입고 기내에서 마스크 쓰고 간다(패딩 챙길 것).  폐암 환자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 에어콘이다.

 

수술을 한 경우 흉강에 수술상처가 있는데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암환자가 아니더라도  비행기를 오래 타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http://www.doctors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8407 

 

장시간 비행기 주의 사항

http://insight.kbinsure.co.kr/%EB%B9%84%ED%96%89%EA%B8%B0-%ED%83%91%EC%8A%B9-%EC%8B%9C-%EC%B0%B8%EA%B3%A0%ED%95%98%EB%A9%B4-%EC%A2%8B%EC%9D%80-%EC%A7%88%ED%99%98%EB%B3%84-%EC%A3%BC%EC%9D%98%EC%82%AC%ED%95%AD-%EB%B0%8F-%EA%B1%B4/#:~:text=3.,%EC%8F%A0%EB%A6%AC%EB%A9%B4%EC%84%9C%20%EB%B6%93%EA%B3%A0%20%EC%A0%80%EB%A6%AC%EA%B2%8C%20%EB%90%A9%EB%8B%88%EB%8B%A4.    

 

비행기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 총정리(아산병원 정희원교수)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_ewQ0YH5kHw

동영상+녹취, 요약   https://stayonearth.tistory.com/265

 

그래서 멀리 갈 경우 시차적응에 유의해야 하고 쉴 틈을 주지 않는 패키지여행은 하지 말고 자유여행으로 가서 일주일을 일정 잡았다면 그 중 하루는 호텔에서 쉬는 것이 좋다.  관광명소나 박물관을 열심히 다니는 것보다는 겨울에 괌이나 하와이의 리조트 한 곳에 가서 푹 쉬며 맛있는 것 먹고 산책을 하는 여행을 권한다. 

또 멀리 가는 경우 계속 비행기에 앉아 있지 말고 중간에 좀 돌아다니는 것이 좋을 듯하다.  솔직히 나는 기차를 타도 2시간 이상이면 기차 내에서 돌아다니고 여름이면 에어콘이 무서워 얇은 패딩이나 발열조끼 챙긴다. 

 

그래서 나는 해외여행은 자유여행으로 시차가 없는 일본까지만 간다. 비행시간도 2시간 이내이다.  여름에 일본 가면 사우나탕에 가는 것인데 나는 좋다.  에어콘 때문에 힘들면 자유여행이라 빨리 밖에 나가면 된다.  구경도 자신의 신체를 관찰하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겨울에는 제주도에 자주 가는데 제주까지는 비행 시간이 1시간이고 높이 떠서 가지도 않기 때문에 기압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  비행기를 탈 경우 코로나 전에도, 이후에도 마스크는 꼭 쓴다. 코로나 때는 마스크 두 개쓰고 좌석 벨트를 맨 손으로 만지기 싫어 일회용 장갑 끼고 탔었다. 

 

11.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너무 열심히 일한다. 나는 암환자가 되고 나서는 '게으른 ' 사람이 되었다.  무슨 일을 하던지 나에게 쉴 시간 을 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집안 청소도 한꺼번에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하였다. 화장실도 두 개를 한꺼번에 다 청소했다. 지금은 집안의 청결보다 나의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화장실 청소는 세면대 따로 욕조 따로 다른 날에 청소한다.  청소도 오늘은 이 방, 내일은 저 방식으로  청소한다. 그리고 집안 일하다 좀 힘들면 바로 중지하고 5분이라도 누웠다가 일어나서 마저 한다.

 

주방 일도 설겆이와 음식 준비를 연이어하지 않는다. 일단 설겆이 하고 좀 쉬었다가 음식 준비한다. 

 

걷는 것도 산에 가서 힘들다 싶으면 바로 돗자리 깔고 누워서 쉰다. 요즘에는 공원마다 벤치가 다 있고 심지어 동네 산에도 벤치가 있다. 자주 가는 동네 산의 쉴 자리를 기억했다가 힘들다 싶으면 바로 누운다. 다른 사람들 보기 민망하지만 어차피 마스크 쓰고 있어서 나름 괜찮다. 

 

여름에는 동네 산에 가서 한 시간 걷고 한시간 누워서 책보다가 다시 한시간 걸어서 내려오는 것이 나의 루틴이다.   요즘에는 가벼운 돗자리도 있고 작은 등산 매트도 있어 큰 돗자리 깔고 작은 매트 2개 깔면 땅에서 올라오는 찬기운을 막을 수 있다. 여름이라도 그늘에 오래 누워 있으면 찬기운이 올라 온다. 

https://stayonearth.tistory.com/58 투병기구 참조

 

무슨 일을 하던지 몰아서 하지 말고 중간중간에 자신에서 쉴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어떤 일에 몰두하면 '숨도 쉬지 않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자신이 숨도 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폐암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으로 숨을 쉬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던지 자신이 제대로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암환자가 되면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먹는 것, 숨 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경제 개발 시대에 성장기를 보낸 우리세대들은 '어려움을 정신력으로 극복한다.'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랐다.  암환자는 힘든 것을 정신력으로 극복하면 안된다. 힘들면 딱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특히 4기 환자는 육체의 노예이기 때문에 오래 생존하기 위해서는 감정까지 조절해야 한다. 

 

12. 방사선 치료시 여름인 경우 치료실의 에어콘을 조심한다.

나는 2015년 사이버 나이프 치료를 받았는데 한 번에 40분 이상 치료를 받았다.  여름이었고 기계가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치료실에 에어콘을 세계 틀었다.

집에 와서 목, 허리가 다 아팠다. 워낙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상태라 에어콘에 노출되면 안되는데 오래 노출 된 것이다. 일단 치료실에 들어가면 움직일 수 없기에 어떻게 할 수 없는 처지였다. 

 

너무 힘들어서 집에 와서 그 한 여름에 찜질하고 맛사지를 받고서야 잠 들 수 있었다. 

 

그 다음 날(매일 치료 받음)에는 방사선 기사님께 이불 두껍게 덮어 달라고 하고 마스크를 썼다. 요즘이야 마스크가 필수지만 그 때는 아니였다.

또 팔을 들어 만세하는 자세이므로  길고 두꺼운 양말을 들고 가서  팔에 끼웠다.  보기에 좀 이상했지만 치료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니 괜찮고 남의 눈길 신경쓸 때가 아니였다. 그랬더니 두번째 날에는 치료 후 훨씬 상태가 좋았다. 첫날의 고생은 사이버 나이프의 부작용이 아니라 에어콘의 부작용이었다. 

 

대부분 병원의 시술은 환자복을 입고 시술 실에 들어가는 데 여름에는 에어콘 때문에 매우 춥다. 암환자들은 치료의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덧옷을 입는 것이 좋다.

 

13. 혈관주사 맞을 때 체온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에 대비한다. 

세포독성항암할 때 보면 주사실에 털담요 들고 오시는 분들도 꽤 많다.  준비가 철저하신 분들이다. 나도 처음에는 왜 담요를 들고 오는 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다. 

혈관주사를 맞을 때 '찬물'이 혈관으로 급속히 들어가기 때문에 체온이 낮은 분들은 급속히 체온이 더 떨어진다. 처음에는 괜찮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몸을 떨게 되는 순간이 온다. 

이런 경우 일단 옷을 많이 입고 시작하거나 발열 파스를 준비하거나 계속 뜨거운 물을 마시면 어느 정도 예방이 된다. 

주사맞기 전에 덥다고 옷 가볍고 입고 시작하면 나중에 온몸이 다 떨린다.  여름에 실수가 많다. 병원까지 가는 동안 더워서 얇게 옷을 입고 주사를 맞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전기 찜질기를 엉덩이에 깔고 있으면 좋지만 병원에서 개인적 온열기를 사용하기는 힘들다. 

나는 주사바늘 꽂은 부위 위쪽에 발열파스를 붙이기도 했다(피부가 아니라 옷에 붙인다.).

오래 주사 맞으면 주사 바늘 꽂은 팔이 얼음장처럼 차가와 진다. 

 

또 여름인 경우 세포독성항암제 맞고 집에 올 때 자동차에서 에어콘을 너무 세계 틀면 나중에 집에 와서 오한에 떠는 경우가 많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히터를 틀고 오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다. 

암환자는 살짝 더운 상태를 늘 유지해야 한다.  땀 나기 직전 상태

따라서 두꺼운 옷 하나를 입는 것보다는 얇은 옷 여러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14. 여자들인 경우 음식만들기에 조심한다.

일단 진단 받으면 주방의 가스레인지를 전기 레인지로 바꾼다. 전기 레인지의 장점은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만 시간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계속 음식 냄새 맡으면서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기보다는 시간 조절하고 거실에서 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시간 조절이 되는 오븐이나 에어 후라이기를 많이 사용하도록 한다.

나는 에어후라이기, 오븐은 주방 베란다에 놓고 사용시 외부 베란다 문은 활짝 열고 주방쪽 문은 꼭 닫아 냄새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한다. 

 

또 주부들이 20년 연차가 지나면 동시에 여러 음식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정신차리고 보면 숨도 쉬지 않고 칼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음식도 쉬엄쉬엄, 본인이 숨 쉬나 확인하면서 천천히 한다. 

힘들다 싶으면 단 5분이라도 누워서 숨쉬기를 한 후 진행한다. 

제사음식 만들기, 김장이 환자들에게 나쁜 이유가 단 기간에 많은 음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제사참여는 막히는 길에서 고생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더 심하다. 

제사지내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어르신들이 기분이 상하시겠지만 어르신들 기분을 상하게 하면서 내 목숨을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그 기분 맞추기 위해 내 목숨값을 깎던지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암환자의 명절증후군 https://www.youtube.com/watch?v=21am3Jo8-bY 

 

15. 자신의 '입맛'에 집착하지 않는다.

여러 항암제과 항생제를 거치고 나면 '입맛' '미각'이란 무엇일까 하는 철학적 의문이 든다.

결국 입맛이란 우리가 음식을 입에 넣어 삼킬 때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의 경험인데 그 경험이 나의 생존을 위협할 때가 있다. 

독한 항암제를 사용할 때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힘들더라도 움직여 걷는 것과 먹는 것 밖에 없다.

이 시기에 얼마나 먹는지에 따라 체력이 결정된다. 며칠 째 제대로 먹지 못했으면 이 때는 일단 살고 봐야 하기 때문에 금지음식이라도 넘겨야 한다.

자신의 미각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영양가 계산해서 억지로라도 먹는 것이 사는 길이다. 

 

정말 독한 약을 쓸 때는 일단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것조차 고통스럽고 음식물이 목구멍을 지나 식도를 지나는 것을 느끼고 고통스럽다. 건강할 때는 아주 뜨거운 음식이 아니면 음식이 식도를 통과하는 것을 느끼지 않는다.  더 심해지면 먹지 않고도 버틸 수 있다는 망상 상태에 들어 간다. 하루 종일 누워 있으니 힘든 줄 모르는 것이다. 그래도 보호자가 야단을 쳐서라도 먹여야 예후가 좋다. 

 

여러 항암제를 거치다보면 나의 미각이 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어떤 때는 너무 민감해져서 적은 소금조차 통증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다른 약을 쓸 때는 아예 짠맛을 느끼지 못해서 짜게 먹는데도 짠 줄을 모르기도 한다. 

 

투병을 시작하면서 나는 일단 싱겁게 먹으려고 한다.  샐러드 먹으면서 소스치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먹으니 아이들도 소스를 싫어한다. 

 

지금은 타그리소를 먹고 있는데 지금도 정상은 아니다.  짠지 싱거운지 구분을 잘 못한다.  그런 사람이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하는 가족들도 힘들다. 그래서 나는 밀키트를 자주 이용한다. 그리고 간을 맞추기보다는 알아서 맟추도록 음식을 준비한다. 

 폐암은 상피세포 암인데 미각도 상피세포이다. 타그리소가 아무리 부작용이 적다고 해도 다른 상피세포에 영향을 주어 미각이 정상이 아니고 피부도 검다. 

 

16. 새로운 일상생활을 만든다.

바쁘게 살다가 진단을 받으면 처음에는 절망감, 분노, 부정 등의 감정을 느낀다. 

1,2,3기 환자는 크게 1년 쯤 고생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4기 환자는 완전히 다른 삶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 표적치료제로 시작하면 사실 크게 몸의 변화는 없다. 약간의 피부 트러블을 겪게 될 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물론 아주 가끔 크게 부작용이 있는 분들도 있다.)

일상생활이 가능하면 사람들은 다시 진단 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아프다고는 하지만 신체능력 저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고 옛날 하던 일을 멈추면 달리 할일이라고는 TV 보는 일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심해 지는 것이다.

 

그러나 표적 치료제는 언제고 내성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자신의 체력을 최고로 유지할 수 있는 루틴이 필요하다. 걷기하고 스트레칭, 요가, 맛사지를 시작하면 나름 바쁘다. 심심할 시간이 없다. 

 

 

17. 질병의 예후를 미리 생각해본다.

1,2,3기 환자들은 대부분 수술을 한다. 수술 후 조직 검사에서 유전자 확인하면 재발이 잘되는 성향인지 아닌지 내 암의 악성도를 알수 있다. 대부분 의사들도 알려 주고 잘 모르면 조직검사지를 카페에 올리면 친절하신 분들이 해석해 준다.

자신 암의 악성도를 보고 수술 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결정할 수 있다.

 

4기인 환자들은 처음 진단이 나오면 자신의 투병 생활의 경로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만약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면 표적치료제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모든 항암제는 내성이 있다. 물론 이레사 9년 드신 분도 있고 타그리소도 임상 합해서 7,8년 드신분도 있다. 그러나 실제 통계를 보면 이레사도 타그리소도 그리 길지 않다.

내가 이레사를 먹기 시작했는데 9년 쯤 먹겠지 생각하는 것은 내가 로또를 사면 1등 될거라고 가정하고 새 집을 계약하는 것과 같다. 의사들이 아는 것은 전체 통계뿐,  개개인의 기간은 모른다. 

 

일반적인 환자들의 투병 경로를 보면 표적 치료 시작해서 내성 오면 다른 표적 치료제 먹고 거기도 내성 오면 알림타, 세포독성 항암제로 간다. 거기서 내성 오면 면역항제로 간다. 그 다음에는 임상이다. 물론 중간에 때때로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진단 받고 패닉에 빠졌다가 표적 치료제를 먹고 기적처럼 생환하는 분도 있다. 그래서 기분이 업되어 정상인들처럼 사는 분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위험하다. 내게도 CT상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 같은 경험도 2번이나 있었지만 역시 내성이 오면서 다시 확산되었었다. 그 친구(?)는 잊을 만하면 항상 돌아오곤 했다. 사악한 그 친구는 문 밖에서 내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12년 투병 기간 동안 암4기로 진단 받아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생환해서 약 먹지 않고 잘지내며 직장에 복귀하신 분은 딱 1명 보았다.(약 끊은지 6년 쯤 되었다.) 

 

나처럼  항암제의 4,5번 내성을 겪고 폐렴, 간염, 패혈증까지 경험하며 마지막 약을 먹고 있으면 내성이 오지 않은 기간을 '선물'처럼 여기고 그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 기간 동안 내 체력을 까먹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지금 타그리소를 먹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만 언제라도 내성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내성이 오는 것은 환자의 노력으로 크게 바꿀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운명처럼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성이 오면 남은 치료는 세포독성항암제와 임상인데 두 가지 다 체력 소모가 심한 치료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언제라도 세포독성항암제에 들어 갈 수 있도록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제대로 체력 유지를 못하면 내성이 왔을 때 자책할 것이 뻔하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내성이 온다면 그것은 내 운명이다.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했어.'라고 내 자신에게 말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극단적으로 2,3년 안에 빨리 진행되는 분도 있고 10년 이상을 버티는 분도 많다. 요즘에는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발전으로 점점  그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세포독성항암제가 힘들더라도 버티고 있으면 새 치료제가 등장하기도 한다.  나는 표적치료제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세포독성항암제까지 갔다가 다시 표적치료제를 먹고 있다. 

 

'암환자'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https://stayonearth.tistory.com/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