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y2qj6cx1RM8 (2022년)
암 치료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아산병원) 2022년
강의: 김하린교수
요약
00:00
암 환자의 이해와 지지
- 암 진단은 우발적인 일이다.
- 암은 성격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 암 환자에게 지지와 이해를 보여주어야 한다.
02:53
암 환자를 위한 불면증 치료와 치료 중단에 대한 상담
- 힘들면 솔직하게 말해주기
- 암 환자 불면증은 흔하고 심각
- 치료 중단은 중요한 결정
04:51
암 치료의 중단과 재발에 대한 우려
- 치료 중 포기하고 싶은 경우 우울증 의심
- 치료 중단 결정 시 전문의와 상의 필요
- 암 재발에 대한 걱정과 정기검사의 중요성
06:17
암 환자의 두려움과 뉴 노멀
- 의료진은 환자의 암 치료를 목표로 함
- 환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짐
- 두려움을 마주하면 마음이 무덤덤해짐
08:59
치료 전후 변화와 삶의 방식
- 변화된 것: 체력과 의욕 감소
- 치료 중 삶은 계속됨
- 치료 외 활동을 유지하라
본문
안녕하세요. 암 환자와 동행하는 의사들의 이야기 암행의사 김하린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기분은 좀 어떠신가요? 우울감에 빠져 있거나 걱정이 너무 많지는 않으신가요? 오늘은 치료를 받고 계신 암 환자분들께서 평소에 많이 고민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암을 진단받은 적이 있는 분들은 모두 다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도대체 이 병이 나한테 왜 생긴 건지 납득이 잘 안 간다고 말씀을 하시는데요. 남들보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고 혹은 건강 하나만큼 되게 자신 있었는데, 혈압약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큰 병에 걸린 게 잘 이해가 안 간다고요. 사실 우리 몸은 항상 새로운 세포들이 생기고 잘못 만들어진 세포는 없어진 그런 과정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잘못 만들어진 세포가 무슨 이유에서든지 제거가 되지 않으면 암세포가 될 수 있는 것이에요.
왜 애초에 잘못 만들어진 세포가 생겨나는지 또 왜 잘 없어지지 않았던 건지는 아직도 의학이 해결해야 될 과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환자분들께 암에 걸리는 것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합니다. 안전운전을 잘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낮아지는 건 맞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아무리 건강 관리를 잘해 왔어도 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거죠. 자기가 암 환자가 된 것을 너무 자기 탓을 하거나 자책하시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암을 진단받으면 잘 납득을 못 하는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서양에서도 예전부터 암에 잘 걸리는 성격이다. 이런 개념이 있었습니다. 특정 유형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암이 더 잘 걸린다는 그런 개념이었는데. 현대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더 이상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면, 마치 성격이 고약해서 벌 받은 것처럼 암 환자를 낙인 찍는 느낌이 들뿐더러, 후속 연구에서는 성격 때문에 암이 생기는 게 아니라, 암 치료 과정 중에 성격이 예민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겁니다. 유전 질환처럼 명확하게 원인이 밝혀진 일부 암종을 제외하고는 암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은 가급적 짧게 끝내시고 정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중요한 건 암은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암을 진단받는 순간 자동적으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죠. 죽음의 가능성이 있다는 건 그 사람에게는 엄청난 위기의 순간입니다. 암을 치료받는 과정도 평소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되고 또 되게 장기화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인생의 고비에서 가족들에게도 내가 힘든 걸 털어놓지 못하면 도대체 언제 가족 간의 힘든 감정을 털어놓을 수가 있을까요? 힘들면 힘들다고 무서우면 무섭다고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감정 상태는 혼자서 티 안 내고 감내하다 보면, 언젠가는 터져 나오기 마련입니다. 본인이 솔직하게 힘들다고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가장 건강한 모습일 것입니다. 암 환자의 불면증은 정말 너무나 흔하게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암환자가 치료 중에 반드시 한 번 이상은 겪게 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 불면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 너무 이제 평가절하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불면증이 심할수록 삶의 질이 저하되는 건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뭐 신경 쓸 일이 많아서 불면증이 생기는 게 경우도 많은데 치료 약제의 부작용이나 아니면 통증 때문에 불면증이 심각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일상에 방해를 받을 정도로 잠을 못 주무시는 분들은 그 원인에 대해서 같이 상담해 보시고 필요하면 약물 도움을 받으시는 것을 좀 권유드립니다. 항암제를 포함해서 먹고 있는 약이 굉장히 많은데 이제 수면과 관련된 약을 더 먹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말씀하신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사실은 대부분의 경우는 굉장히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고요. 특히 수면에 대해서 약을 조금 복용하는 것이 원래 갖고 있는 암에 어떠한 악영향을 끼치거나 받고 계신 치료에 방해를 하는 작용은 없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너무 큰 고민은 안 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저는 상담 중에 암 치료를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되게 많이 듣게 됩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할 수 있는 치료는 끝까지 다 하겠다고 그러던 분들도 어느 순간 이제는 좀 그만두고 싶어졌단 마음을 표현하시기도 합니다. 암 치료를 중단하는 게 정말 엄청나게 중요한 결정이면은 분명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신중하게 치료의 득과 시를 따져서 판단하셔야 됩니다. 제 경험으로는 치료가 길어지면서 너무 지친 나머지 이제 감정이 휩쓸려서 그만두고 싶다고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환자분들이 문득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인의 마음을 다잡으신 걸 보면 마음이 되게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만약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지속적이거나 너무 자주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우울증을 꼭 의심해 봐야 되겠습니다. 적어도 우울한 감정 때문에 성급하게 치료를 중단한 것은 우리가 경계해야 되겠죠.
근데 반면에 어떤 경우에는 정말 이성적으로 치료의 효과 질병 예후 경제적인 여건 가족들의 의사를 모두 면밀히 고려해서 치료를 이렇게 중단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치료를 중단하는 게 너무 섣부른 판단은 아닌지 질병 성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판단을 잘못 내리는 것은 아닌지 꼭 암 치료를 담당하시는 주치의 선생님과 한번은 반드시 상의해 보시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역시 암이 재발하거나 아니면 이렇게 몸속에서 커지는 거겠죠. 즐겁게 잘 지내시다가도 3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사를 받는 날이 다가올수록 이제 표정이 굳기 시작한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근데 검사 결과가 깨끗하다는 말을 들으면 또 굉장히 안심하면서 다음 세 달을 편안하게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사실 의료진들도 항상 똑같은 것을 걱정하면서 치료하고 있습니다. 병원은 정말 다양한 사람이 협업하는 큰 조직입니다.
모든 의료진들이 환자의 암 치료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되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세요. 혹여나 치료 과정 중에서 뭐 실망스러운 결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다음에는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지 저희가 항상 같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암으로 곧 죽을까? 봐 두렵다고 말하는 건 과연 이제 어떤 심정일까요? 저도 늘 상담을 하고 있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자신도 이제 알지 못하는 분야입니다. 환자분들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으시겠죠. 모르는 거니까 더 낯설고 막연하고 두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이제 환자분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환자분께는 죽음이 막연한 게 아니라, 언제든 나한테 들이닥칠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일 겁니다. 죽고 나면 다음이 없습니다.
보통은 아무리 큰 실수를 하더라도 그걸 만회할 수 있는 다음 기회가 이렇게 주어지는 법인데 죽음 이후에는 또 다른 기회란 존재하지 않는 거죠. 마치 이 세상에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냥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그런 느낌일 겁니다. 그런데 이제 죽을까? 봐 무섭다고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좀 자세하게 들어보면 막상 죽음이라는 현상 자체에 주목을 하는 경우는 적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무서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통증이 심한 상태일까? 봐 겁내시는 분들이 가장 많은 것 같고요. 또 치료 과정으로 인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을 뭐 두려워하시거나 아니면 가족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을 근심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내가 이제 내 한 몸을 제대로 컨트롤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제 사망해버리는 것을 굉장히 비참하다고 여기시기도 합니다. 각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 무언가를 좀 더 이제 명확하게 한번 생각을 해 보시고요.
오히려 두려움을 이제 마주하게 되면 의외로 마음이 되게 무덤덤해지는 경험을 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역으로 내가 인생에서 가장 그동안 중요하게 여겨 왔던 게 무언지 한 번 더 점검하고 또 현재에 충실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에 코로나 19 사태 이후에 새로운 표준이라는 의미로 ‘뉴노멀이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정상적인 상태를 이제 다시 새롭게 완전히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뜻으로 저는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 암 환자에게도 ’뉴노멀‘의 개념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료 전 치료 후로 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변화된 게 별로 없다면 그게 가장 좋겠지만, 많은 분들이 치료하면서 여러모로 변하고는 합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게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지고 의욕이 줄어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고요.
그래서 예전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일들이 이제는 버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당연한 과정으로써 좀 받아들이시고 새롭게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셔야 되겠습니다. 제 경험에는 환자분들이 종교생활에 전념한 하시거나 반려동물을 키우시거나 식물을 가꾸신 분들이 되게 많은 것 같고요. 본인만의 루틴 활동을 찾으셔서 꼭 그걸 유지하기를 권유 드립니다. 좋아요. 정말 치료를 받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 힘드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치료 중에도 각자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철학자 김진영 선생님이 암 투병 중에 쓰신 글귀가 생각이 나는데요. 이제 암 치료라는 하나의 직선하고 이제 나의 삶이라는 또 하나의 직선이 평행선이 되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저는 이렇게 치료는 치료대로 흘러가고 내 인생은 인생대로 흘러가야 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 두 가지 직선이 이렇게 겹치게 되는 순간 괴로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둘 사이를 벌리려는 작업을 해야 된다고요. 너무 암 치료에만 몰두되어서 자기의 인생에서 놓치는 것들이 많아지면 안 되겠습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셔서 꼭 상담하시고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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